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배경지
뉴욕을 방문하면 누구나 두세 곳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아 둘러보게 된다. 그런데, ‘박물관은 엄숙한 공간’이라는 일반적인 선입견과는 아주 다른 곳이 있다.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다니며 활기가 넘치는 곳, 바로 맨해튼의 미국 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이다.
매년 약 500만 명이 방문하는 자연의 역사를 연구, 전시하는 뉴욕 자연사 박물관은 과학 연구(scientific research)와 과학 교육(science education)의 두 가지 사명을 갖고 1869년 설립한 세계 최고의 과학, 교육 및 문화 기관 중 하나로 손꼽힌다. 맨해튼의 어퍼 웨스트사이드(upper west Side)인 센트럴 파크 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캠퍼스는 4개의 블록에 걸쳐 20개 이상의 건물을 포함할 정도로 성장했다.
3,400만 개(34 million) 이상의 유물과 표본을 소장하고 있으며, 40개가 넘는 상설 전시관에서 실물 크기의 대왕고래(blue whale) 모형,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와 화석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식지 디오라마(dioramas)(입체 모형)등 상징적인 전시물을 볼 수 있다.
로즈 센터 (Rose Center for Earth and Space), 헤이든 천문관(Hayden Planetarium), 길더 과학, 교육 및 혁신센터(Richard Gilder Center for Science and Innovation)가 있다.
뉴욕 자연사 박물관은 2006년에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박물관이 살아있다 (Night at the museum) >라는 영화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이 영화는 자연사박물관에 취직한 야간 경비원 ‘래리’(벤 스틸러 역)가 밤마다 전시물이 마법에 걸려 살아나 움직이는 걸 목격하며 펼쳐지는 코믹 판타지 영화이다.
가상의 인물 아크멘라라는 이집트의 파라오가 가지고 있던 석판의 힘으로 대통령 ‘테디 루스벨트’(로빈 윌리엄스 역), 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 원시인인 네안데르탈인, 사자와 매머드 등 전시품이 밤마다 살아난다는 이야기다. 마지막 파티에서 나온 노래가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이다. 이 영화는 박물관이 정적이고 지루한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깨 주었다.
실제 영화처럼 야밤에 공룡 전시물이 살아 움직이지는 않지만, 박물관은 찾아온 사람들의 활기로 살아 있음을 충분히 느낀다. 자연의 생명이 태동하는 곳에서 거대한 자연 생태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자연 속 생물들에 고정되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자연사박물관을 설계한 존 러셀 포프(John Russell Pope, 1874–1937)는 워싱턴 DC에 있는 제퍼슨 기념관과 국립 미술관 서관 등을 설계한 유명한 미국 건축가이다. 포프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다.
정면 테라스 중앙에는 말에 탄 제26대(1901~1909)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1858~1919)와 함께 걷는 아메리카 인디언과 원시 아프리카인 두 명의 인물이 있는 조각상이 1940년 원래 세워졌었다.
유명한 조각가 제임스 얼 프레이저(1876-1953)의 작품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자연사박물관은 이 동상이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을 상징한다는 반대에 부딪혀 철거될 것이라고 2020년 밝혔었다.
루스벨트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환경 보호와 자연 보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대통령이었다. 그의 대통령 임기에 다수의 국립공원, 국립기념물,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지정하여 미국의 자연과 야생 동물에 전환점을 마련했다. 자연사박물관에는 루스벨트를 기리는 뉴욕 주 공식 기념관의 일부가 있다. 원형건물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로툰다(Rotunda)와 시어도어 루스벨트 기념홀(Memorial Hall)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로툰다의 중심에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영화에 출연했던 공룡이 있다. 공격하는 알로사우루스(Allosaurus)에 대항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형(free standing) 공룡 조각인 바로사우루스(Barosaurus)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일어서는 모습이다. 인증숏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이 서 있다.
로툰다에는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공적 삶을 묘사한 윌리엄 앤드루 맥케이의 세 개의 거대한 캔버스가 전시되어 있다. 1935년 완성된 벽화는 뉴욕 시 공공건물 중 가장 큰 실내 벽화 중 하나로, 5,200 평방피트 이상의 면적을 차지한다.
실패하는 것은 힘들지만,
성공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더 나쁘다.
It is hard to fail, but it is worse
never to have tried to succeed.
-Theodore Roosevelt
관람객들이 루스벨트 청동 조각상 옆에 앉게 해 보존(conservation)과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휘어진 밝은 파사드인 새로운 길더 센터 (Richard Gilder center)이다. 시카고에 베이스를 둔 건축 회사 스튜디오 갱(Studio Gang)의 설계로 과학(science), 교육(education), 혁신(innovation)을 모토로 한, 하늘 높이 솟아 오른 동굴형 아트리움을 2023년 완성했다.
미국 유타주의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의 아치와 협곡에서 영감을 얻은 물결 모양의 디자인과 화강암은 드넓은 대자연 속 협곡 사이를 걸어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트리움 전체 높이까지 뻗어 있는 입구의 유리벽은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길더 센터는 곤충관(insectarium), 나비 사육장(butterfly vivarium),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오는 과학 컬렉션 (floor-to-ceiling collections display), 360도 회전하는 체험관 등 새로운 전시 갤러리의 독특한 체험을 하며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게 한다.
5000 제곱 피트 규모의 수잔과 피터 J 솔로몬 가족 곤충관(Susan and Peter J.Solomon Family Insectarium)은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동물군이자 인간 생존에 매우 중요한 곤충을 전문으로 하는 50년 넘은 최초의 박물관 갤러리이다
인터렉티브(interactive, 체험형) 전시가 있는 8000파운드의 벌집 수지 모델, 센트럴파크의 곤충과 그 진동에 대한 사운드 갤러리, 살아있는 잎꾼개미(leafcutter ants) 50만 마리의 행진이 있는 세계 최대 전시가 있다. 뉴욕의 곤충들에 관한 터치 스크린 안내도 있다.
4개 층에 걸쳐 자연사 박물관의 나머지 부분과 연결되며, 연속 경로를 지나는 동안 표본에 눈을 떼지 못하고 몰입하게 된다.
1층 해양관에선 천장에 매달려 있는 실제 사이즈의 고래를 포함해 해양 생물 모형을 볼 수 있다. 포유류관에도 호랑이와 코끼리 등 각종 동물이 자연 서식지에 있는 것처럼 전시돼 있다.
4층은 자연사박물관의 핵심이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배경이 된 4층에 있는 공룡전시실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3차원(3D) 영상을 통해 공룡의 역사와 동식물의 진화 과정 등을 보여주어 지구의 역사와 인류의 진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014년에 발견된 거대한 공룡의 화석 모형은 크기가 너무 커서 홀 하나에 다 전시하지 못할 정도다.
박물관 4층을 걷다 보면 갑옷 물고기인 둔클레오스테우스(Dunkleosteus)의 날카로운 이빨, 날개 길이 23피트의 비행 파충류 프테라노돈, 코끼리의 친척인 매머드(Mammuthus)의 긴 이빨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마치 생명의 나무를 걷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생물학자들이 식물, 동물 및 모든 생명체 사이의 진화적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픽 도구를 생명나무(The tree of life)라 부른다. 각 분기점은 진화적 혁신을 나타낸다. 이는 모든 생명체가 공통 조상으로부터 유래했음을 보여준다.
자연사 박물관은 보관하고 있던 1만 2000여 개의 인간 유해(죽은 사람의 뼈) 유물을 모두 없애기로 결정했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해 중 상당수는 미국 원주민의 유해로, 그 과정이 모두 인종차별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이유이다.
이 세상의 모든 동물들은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 흑인이 백인을 위해 창조된 것이 아닌 것처럼,
여자가 남자를 위해 창조된 것이 아닌 것처럼,
그들도 인간을 위해 창조된 것이 아니다.
-엘리스 워커
우리가 사는 지구의 역사와 인류의 진화를 보면서, 공통 조상을 가진 모든 생물은 상호의존적이며 과학의 깊은 연구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을 통감했다. 브런치의 리카르도 작가의 논리 정연한 글을 공유해 본다.
종차별주의는 반드시 파쇄해야만 하는
진보의 마지막 한 걸음이다.
- 브런치 리카르도 작가
꽃보다 예쁜 작가님의 새로운 글이 업로드되어 한줄 한줄 흥미롭게 읽어내려갔습니다.
<자연의 생명이 태동하는 곳에서 거대한 자연생태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자연 속 생물들에게 고정되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저를 포함한, 꽃보다 예쁜 작가님의 많은 구독자분들도 우리 꽃보다 예쁜 작가님의 완성도가 <극상>인 미려한 글 앞에서 자리를 못떠나고 다만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있답니다^^
(다큐와 문학 사이를 오가는 새로운 장르의 글을 연구하고 계신 듯 합니다)
자연사박물관 내부 체험전시관에 <8000파운드 벌집 수지 모델>과 4층에 존재한다는 <공룡전시실>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실재 육안으로 감상하면 그 스케일이 어마어마할 듯하여 미국인들이 부럽게 생각되었습니다^^ 실물크기의 대왕고래 모형도 실제로 보면 아마도 숭고미가 느껴질 듯 하겠어요^^
무엇보다 인상깊은 대목은 저로썬, 조각가 <제임스 얼 프레이저의 철거된 조각상> 이야기였습니다. 미국의 뿌리 깊은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이었을 조각상이 최근에야 철거되었단 사실은 작가님을 통해 오늘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피가되고 살이되는, 살아있는 현대사를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루스벨트 대통령에 관련한 이야기도 대단히 흥미로웠습니다.
대공황을 이겨내고 사회보장제도의 기반을 닦은 대통령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야생동물보호구역>을 미국 최초로 지정한 대통령이란 설명에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오늘부로 루스벨트 대통령 팬이 될 듯 합니다^^
중간중간 연신 감탄사 나오는 대목들로 자연스럽게 몰입하며 한 호흡 안에 올려주신 글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단락에 그만 심장이 쿵 ^^
이런 뜻밖의 영광을 요즘 말로는 <샤라웃!>이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꽃보다 예쁜 우리 마리아 작가님께서 저의 부족한 글을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 마리아 작가님에게 가득하길 저녁기도중에 생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