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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보다 예쁜 여자 Jan 06. 2024

하늘나라에서 배달된 첫번째 선물

엄마의 첫 생신에 받은 초대작가 증서


미술도 전공하지 않은 내가 공예가가 된 건 참 우연한 기회였다. 2015년 가을, 단순히 컴맹에서 벗어나고자 구청에서 하는 무료시민정보화 교육을 받다가 컴퓨터그래픽스를 비롯한 국가자격증 몇 개에 어렵게 도전했는데 기쁘게도 모두 취득하게 되었다.



그러자, 국내 브랜드 가죽가방 샵을 하는 아주 친한 언니가 SNS 홍보를 맡아서 해 달라고 했다. 쉽지 않은 도전으로 얻은 자격증이었기에 컴퓨터 실력이 좀 더 향상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져보자는 생각으로 월급은 사양하고 일 년만 맡아서 해 보겠다고 수락했다.



Facebook을 개설하고 열심히 홍보했다. 심지어 내가 모델이 되어 사진도 찍어 올렸고, 특히 내가 흥미를 가진 영상 쪽을 집중적으로 연구 제작하기도 했다. 내 블로그까지도 활용하며 진심을 다했다.




그러던 중, 규모가 큰 바자에 가방을 많이 출품할 좋은 기회가 왔고, 가방과 세트로 브로치를 만들면 더 돋보일 것이라는 아이디어까지 나왔다. 그런데, 가방전문 브랜드라 브로치를 만들 인력까지는 없었다. 워낙 만들기를 좋아하는 나인지라 부담 없는 바자이기도 해서 내가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꽃이었다. 한 달 동안 가죽꽃 삼백여 개를 매일 샵에 가서 만들었다. 샵까지 가는데만 두시간 남짓 걸렸다. 저렴한 가격으로 바자에 출품했고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바자가 끝난 후에도 가끔 샵에 나가 가죽꽃을 정성껏 만들어 디스플레이해놓고 왔는데 하루는 그게 안 보였다. 찾아보니 서랍 속에 뭉개져 있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도와주기로 약속했던 일 년만 채웠다.  내 작품, 내 이름을 찾는 가죽공예가가 꼭 되기로 마음을 다졌다.



2017년부터 독학으로 가죽공예가 도전을 치열하게 했다. 아침에 눈 뜨면 공예를 시작해 밥 먹는 것도 잊었고, 밤을 지새우는 날이 셀 수 없었다.






그런데, 내가 공예가가 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SNS 덕분이다.  내 이름을 내세우지 못하고 ‘예쁜공방’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시작하고, 두근거리며 용기 내어 올린 나의 첫 작품에 많은 이웃들이 응원을 해 주었다. 뒤이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도 개설했는데 전 세계에서 이름도 없는 나를 많이 응원해 주었다. 그렇게 힘을 얻어 한 개, 두 개 만들어 나갔다.



2018년 7월에는 주변의 감사한 분들이 평생 잊지 못할 나의 첫 초대전을 마련해 주셨다. 그런데, 전시회에 오셨던 화가 대모님께서 뜻밖에 일주일밖에 안 남았던 모 공모전에 응모해 보라고 하셨다.







나를 인정해 주시는 대모님이 너무 감사해 출품하러 가는 차 안에서까지 작품을 매만지며 첫 공모전에 도전하였는데, 예상외로 너무 큰 상을 받았다. 첫 입상을 시작으로 조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국전 등 많은 공모전에 참가해 여러 번 입상하는 기쁜 일이 생겼다.



또한, 대모님께 보답하고자 대모님이 추천해 주셨던 첫 공모전에 초대작가까지 되자는 결심으로 연속 4년을 어렵게 도전했다. 아직 ‘작가’라고 불리는 것도 불편했던지라 정식으로 ‘작가’라는 단어가 붙은 초대작가가 되고 싶었다. 초대작가는 수상점수를 합산해 일정 점수 이상이 되면, 다음 해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2021년이 고비였다. 2020년 8월, 갑자기 엄마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고 2021년 5월 24일 하늘나라에 가신 것이다. 너무 큰 충격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게 친언니 같은 언니가 영상카드를 보냈다.






예쁜 꽃과 하얀 새가 나는 영상을 보며 우리 엄마가 그렇게 아름다운 하늘나라에 계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안 남은 마감이었지만, 다행히 맞추어 출품해 좋은 상을 받아 초대작가가 되는 기준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2021년에 돌아가시고 맞은 2022년의 엄마의 첫 생신인 3월 3일에 신기한 일이 생겼다.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초대작가로 선정되어 집으로 보내 준 초대작가증서가 바로 그날 배달되었다. 3월 3일, 그날은 바로 음력으로 2월 1일, 돌아가시고 맞은 우리 엄마의 첫 생신이었다.







3월2일 보내 엄마 생신인 3일에 받은 초대작가증서는 내가 그렇게도 원하던 선물이었다. 우리 엄마는 공예가가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나를 항상 지켜보셨었다. 외출하실 때면 꼭 내 작품을 달고 나가셨다. 누구보다 자랑스러워 하셨다.



엄마가 선물해주신 초대작가가 되어 작년 (2023년) 여름 초대작가 특별전에 ‘장미빛 인생’ 이라는 작품으로 벅찬 가슴을 누르며 참가했다. 우리의 인생을 가죽으로 만든 장미로 비유해 표현해 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장미는 시들어도 아름다운 향기를 남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나 하늘나라로 간다. 아름다운 향기를 남기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건 최고의 축복이다.






우리 엄마가 예쁜 하늘나라에서 엄마 생신에 내게 보내 준 귀한 선물을 나는 평생 아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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