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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보다 예쁜 여자 Feb 05. 2024

엄마 모자에서 네잎클로버가 떨어지던 날

엄마는 그날 하늘나라로 가셨다



네잎클로버를 만든 이후, 나는 행운이 필요한 곳에는 꼭 착용하고 갔다.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행운이 뒤따랐다. 엄마가 매일 걷기 운동을 할 때면 쓰는 모자가 있다. 엄마 모자에도 엄마가 좋아하는 빨간색 네잎클로버를 내 마음을 담아 달아 드렸다.



걷지도 못하던 엄마는 다행히 차츰 건강을 되찾아 느린 걸음이지만 쉬엄쉬엄 삼사십 분은 걷기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간암환자가 가장 고통받는 건 바로 변비이다. 걷기 운동은 그래서 많이 도움이 된다. 엄마가 일어나면 나는 가장 먼저 알람을 맞춰놓고 삼십 분간 배꼽을 중심으로 둥글게 배 마사지를 해 드렸다. 그리곤, 누워서 무릎을 벌려 세우고 배를 올렸다 내리는 동작을 이십 번 하게 한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내가 하라는 대로 힘들지만 해 주었다. 그리고 따뜻한 레몬물 두 잔을 마시고 아침 식사 후 걷기 운동을 하러 집 앞으로 나간다.



집에 돌아와서 화장실에 가면 으레 엄마는 성공한다. 하지만 몸이 안 좋을수록 성공을  못하게 된다. 엄마가 많이 힘들 때면 관장을 해 드렸는데 평소 깔끔하고 멋쟁이이던 엄마는 침대에 누워 관장하는 게 아마도 가장 괴로웠을 것이다.






간암환자가 응급실에 가면 보통 해주는 조치가 관장이다. 1월에 엄마가 응급실에 가서 일주일 동안 입원한 적이 있다. 그때, 엄마가 받은 치료는 오직 하루에 서너 번의 관장뿐이었다. 4인실이었는데, 엄마가 잘 움직이지 못하던 때라 침대에 누운 채 했기에 모두들 냄새난다고 아우성이었다. 뒤처리는 보호자 담당이었고 황급히 치우느라 쩔쩔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나는 내가 관장을 배울 좋은 기회로 활용했다. 배워서 해 드리면 구태여 응급실에 가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서 간호사가 관장하는 걸 일주일 동안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 후, 주치의의 허락을 받아, 관장약은 처방받고 똑같은 관장용 주사기는 인터넷에서 주문해 필요시 해 드렸다. 엄마가 건강을 찾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응급실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엄마를 집에서 관장시킬 때면 눕혀서 관장시키고 소식이 오면 빨리 일으켜 변기에 앉혀야 했는데, 몸 움직이기 힘든 축 늘어진 무거운 엄마를 나 혼자의 힘으로 일으켜 빨리 옮기는 건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그 후, 그냥 침대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그 자리에서 하게 되었다.







우리 엄마는 평소 ‘어머니’라 부르며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는 주치의를 참 좋아했다. 한 달에 두 번 종합병원에 모시고 가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고 결과 진료를 받으러 또 가야 했지만, 엄마는 병원 가는 걸 즐거워했다. 나 또한 근 10개월을 꼭 내가 모시고 가며 주치의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커졌다.



암판정받고 난 후, 주치의가 방사선색전술을 권유해서 엄마가 일주일 입원하게 되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가 마침 추석이었다. 코로나가 심할 때라 보호자 없이 입원해야 했기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나는 주치의에게 마음의 선물을 하고 싶어 온 정성을 다해 브로치를 만들고 내 명함을 넣었다. 너무나 좋아하며 들고 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엄마는 우리 딸이 만든 거라며 입원실에서 많은 사람 앞에서 선생님께 자랑스럽게 전달했다고 한다. 그날 밤, 뜻밖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주치의 부인이 내 명함의 전화번호를 보고 착용샷과 함께 감사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의사는 항상 갑이고 환자는 을이다. 의사 부인이 보잘것없는 내 선물에 직접 감사 메시지를 보내주며 연락이 불가능해 노심초사하는 내게 엄마 상황까지 계속 문자를 주었다. 하느님께서 내게 천사를 보내주신 거 같았다. 눈물이 나오도록 감사했다. 내 진심이 전달되었던 거 같다.







얼마 전, 뉴스에서 이 주치의 선생님의 병원장 취임 소식을  보았다. 훌륭한 의사와 부인의 내조로 이룬 당연한 결과라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큰 축하를 보냈다.



엄마는 간암말기 폐전이 판정 후, 10개월동안 강하게 잘 버티셨다. 그런데, 2021년 5월 24일 아침이었다.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배가 불러오고 몸이 많이 붓고 안 좋으셔 무척 힘들어하는 엄마를 부축하며 집 앞을 잠깐 걸었다. 엄마는 그때도 아무 말 없이 따라나섰다.



집에 들어와 엄마가 모자를 벗는데 이상하게 모자에 달린 네잎클로버가 툭 떨어졌다. 갑자기 불안해졌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배 마사지 해 드리고 엄마를 모시고 화장실에 갔다. 엄마 몸이 안 좋아 삼일동안 계속 관장을 했었다. 화장실에서 변기에 앉아서 힘을 주는데 엄마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셨고 심정지가 되셨다. 돌아가실 정도로 힘든 순간이었을 텐데, 엄마는 내가 하라는 대로 모든 걸 아무 말 없이 해 주신 것이다.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당황해 119에서 가르쳐주는 대로 가슴 압박을 쉬지 않고 하며 기다렸다. 할 줄 몰라 안타까웠다. 누구나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게 된다.  이런 때를 대비해 우리는 심폐소생을 위한 가슴 압박 방법을 배워놓아야 한다. 심정지가 발생하면 늦어도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서 중단 없이 ‘계속 세게 빨리’ 압박해야 한다고 한다. 방법을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평평하고 딱딱한 바닥에 환자를 반듯하게 눕히고 기도 확보를 위해 목을 뒤로 젖히고 가슴압박을 실시한다.

2. 머리에 베개를 둔다던지 머리를 위로 받혀서는 안 된다.

3. 환자의 상의는 벗겨야 한다.

4. 한쪽 손등 위에 다른 쪽 손바닥을 얹어 깍지를 끼고 아래쪽 손가락을 위로 젖힌 상태에서 가슴뼈(흉골)의 아래쪽 절반 부위에 깍지를 낀 두 손의 손바닥 뒤꿈치를 댄다.

5. 두 팔을 굽히지 않게 곧게 펴서 지면과 수직이 되도록 하여, 5~6cm 깊이, 분당 100-120회의 속도로 30회 세게 빨리 눌러야 한다.

<나무위키>


사진: 나무위키



브런치 작가인 황여울 작가가 쓴 심폐소생술에 대한 아래의 자세한 글을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119 대원들의 응급처치 후, 구급차가 엄마가 평소 다니던 종합병원으로 향하려는데 한창 코로나가 심하던 때라 받아주지 않았다. 주치의의 전화번호도 모르니 연락할 길도 없어 삥삥 돌다 일단 인근 가장 가까운 큰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서 기다리는데 문득 주치의 부인이 생각났다. 전에 선물을 받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었던 전화번호로 급히 전화했다. 상황설명을 하며 주치의에게 전달해 달라 부탁했다. 감사하게도 급히 연락해 주어 전원은 가능했지만, 혈압이 너무 불안정해 이송이 어렵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식구들을 모두 부르라 했다. 엄마와의 마지막 이별을 모두 함께 하라는 뜻이다. 기다리는 중, 응급실에서 갑자기 엄마의 심장이 뛴다고 들어오라고 했다. 엄마 곁에 급히 갔다, “엄마”라고 부르는 내 목소리에 엄마가 갑자기 눈을 크게 번쩍 뜨셨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셨을 거다.



그리곤 바로 다시 심정지가 되어 5월 24일 저녁 6시 반에 영영 하늘나라로 가셨다. 엄마는 몇 년 전 이미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기관에 등록해 놓고 계셨었다. 무의미한 생명연장 거부를 이미 하셨던 거다. 간암말기 폐전이 판정받고 10개월을 강하게 버텨주셨는데 그렇게 갑자기 가 버리셨다.


엄마한테 신경질 낸 것도, 더 좀 세심하게 보살펴 드리지 못한 것도, 모든 게 후회가 되고 마음이 아팠다. ‘그날 아침 관장을 해 드렸야 하는데...’  하는 여러 가지 아쉬움도 밀려왔다.


“다시 또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라고 한 나의 친한 지인의 말이 많은 위안이 되었다. 다음 날, 주치의로부터 따뜻한 문자를 받았다.





엄마의 뜻에 따라, 또 코로나로 모두 힘든 때라, 우리는 조용히 무빈소로 가족장을 치렀다. 우리 선영에 아빠 곁에 모셨다. 고통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지내시리라 믿는다.


아래 꽃은 엄마가 하늘나라에 가시기 전, 집 근처에 활짝 핀 벚꽃길을 같이 걸으며 엄마가 마지막으로 보신 벚꽃이다.





우리 엄마를 기억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다음부터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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