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하기 딱 좋은 10월, 3일간 연휴를 맞아 동해안 길 라이딩을 계획했다. 이 번 라이딩은 지난 7월과 8월 백운호수와 서해 5도 라이딩을 함께 했던 두 아우가 처음으로 국토대장정에 참여한다. 오늘 두 아우가 참여함으로써 '열혈청춘만세' 완전체가 될 수 있는 기회였는데, 春이 아우가 개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
새벽 5시, 어제 준비해 놓은 백팩을 메고, 베란다에서 자고 있는 나의 애마 '행복이'를 깨웠다. 졸린 눈을 하고 힐긋 날 쳐다보더니 배시시 눈을 비비며 따라나선다. 말없이 나를 따르는 고마운 친구와 함께 전철을 탔다.
이른 아침임에도 동서울 터미널은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세상은 늘 바쁘게 돌아간다. 젊은 청춘 다섯이서 새벽을 가르고 터미널에 모였다. 국토종주를 처음 떠나는 萬과 歲 두 아우의 얼굴이 설레는 듯 환하다. 자전거 앞바퀴를 분리해서 패킹을 하고 짐칸에 실은 후 버스에 오른다. 늘 하던 일이라 이젠 익숙하다.
동서울터미널
비 내리는 영덕
아침 7시에 출발한 버스가 4시간 만에 우리를 영덕 터미널에 데려다준다. 동해안길 남단 기점인 영덕 해넘이공원으로 가는 길에 빗방울이 하나 둘 듣는다. 조금은 걱정스럽다. 라이딩과 비는 썩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바다 내음 물씬 풍기는 해변가 음식점에서 가자미찌게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해넘이공원 가는 길은 시작부터 오르막이 만만치 않다. 배가 잔뜩 부르니 오히려 페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해넘이공원에서 동해안길 첫 인증샷을 하고 고래불 해변을 향하는데, 조금씩 뿌리던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비옷을 뒤집어쓴 라이딩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온몸이 끈적거린다. 그래도 세상 근심을 다 잊게 하는 바다가 있어 참을 만하다.
해넘이 공원
고래불 해변
고래불 해변에 도착했다.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푸른 고래 한 마리가 너른 모래사장에 우뚝 서서 우리를 반긴다. 고래불은 ‘고래가 노는 뻘’이라는 의미란다. 고래불 해변은 동해안에서 가장 긴 모래 해안이다. 비 내리는 해변은 한산하지만 운치가 있다. 하늘엔 씨꺼먼 구름이 몰려다니고, 해안가는 하얀 거품을 물고 밀려드는 파도맞이에 바쁘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바닷물에 발이라도 적시고 싶지만 참기로 했다. 잠시 쉬며 사진 몇 장 남기고 떠난다.
비는 그치지 않지만, 멈출 수 없는 열 개의 바퀴가 해안을 따라 달린다. 빗줄기가 얼굴을 때린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다. 이 순간의 행복을 호흡하며 페달을 밟는다. 얼마를 달렸을까? 비가 서서히 그친다. 우비를 벗으니 세상을 날 것 같이 홀가분하다.
고래불 해변
후포항의 낭만
오후 5시가 되어 후포항에 도착했다. 40 km 정도밖에 달리지 못했지만, 오늘은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첫날은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숙소를 정하고 후포항 회센터로 갔다. 팔딱이는 싱싱한 횟감들이 다섯 청춘들의 심장을 팔딱이게 한다. 싱싱한 회가 허기진 청춘들의 입에서 춤을 춘다. 아무런 걱정 근심 없이 이 순간을 즐기고, 동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하는 시간의 행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복잡한 생각 없이 단순히 몸이 원하는 대로 사는 2차원적인 삶, 가끔은 즐길만한 삶이다. 인심 좋은 여사장님 덕분에 싱싱한 회로 실컷 배를 채우고도 가성비까지 최고인 식당이었다.
부둣가로 나오니, 항구의 불빛이 밤바다를 비추며 젊은 청춘들의 가슴을 또다시 뛰게 한다. 어둠이 세상을 삼키고, 불빛만 명멸하는 항구의 밤바다는 묘한 매력이 있다. 처음으로 국토 대장정에 참여한 아우들과 함께 하는 후포항의 밤이 행복하게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