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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Nov 07. 2024

천혜의 아름다운 섬, 제주 환상 길 1

('24.6.8 ~6.10)



국토대장정 마무리 길에 오르다


새벽 4시 반, 알람이 울린다.

제주를 향한 설렘 때문이었을까? 깊은 잠에 들지 못한 밤이었다. 김포공항 8시 10분 비행기를 타려면 5시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베란다에서 잠들어 있는 나의 애마, '행복이'를 깨워 새벽 공기를 가르며 수락터미널까지 20여 분을 달렸다. 앞바퀴를 분리해서 패킹을 하고 나니 자판기 커피 한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버스가 나를 태우고 김포공항을 향한다.


우리 열혈청춘의 마지막 국토종주인 제주도 라이딩은 熱이 형, 靑·歲 아우와 나, 넷이다.  비행기에 자전거를 싣기 위해서는 항공포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미리 인터넷으로 항공포장 예약을 했었다. 항공포장은 앞바퀴는 물론, 핸들과 안장까지 모두 풀고 타이어 공기도 빼야 한다. 처음해 보는 항공포장이 그리 만만치 않다. 서로 도와주며 네 명 모두 박스 포장을 마치가까스로 탑승시간을 맞췄다.

김포공항 항공포장

김포공항은 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제주는 바람과 함께 더 많은 비가 몰아치고 있다고 한다. 라이딩에 차질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른다. 우리의 국토종주 대장정의 마지막 길이 열리고 있다.


오랜 기다림이었다.


비 내리는 제주, 혼저옵서예!


제주공항.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다. 자전거를 찾아 다시 조립하고 만반의 준비를 마쳤는데도 비는 그치지 않는다. 추적거리는 비에 얼굴을 적시며 천천히 용두암 인증센터를 향했다.  검푸른 파도가 출렁이는 바닷길을 따라 달린다. 머지않은 곳에 용두암이 보인다. 200만 년 긴 세월 동안 제주 앞바다를 지켜온 제주의 상징, 용두암이 거친 파도와 싸우고 있다. 몇 년 전 태풍으로 한쪽 귀퉁이가 잘려나간 모습이 왠지 애처롭다. 용두암 인증센터로 가니, 우리들의 여신이 비바리의 수줍은 미소로 "혼저옵서예!"" 하며 방긋 웃는다. 그녀 품에 안겨 입맞춤을 한다.


12시가 다 되었다. 비도 피할 겸 바다가 보이는 음식점에서 허전한 배를 채우기로 했다. 제주 바다 내음 듬뿍 담긴 해물탕으로 첫 끼를 여유 있게 마쳤는데도 비는 그치지 않는다. 준비해 간 우비를 뒤집어쓰고 빗길을 달린다. 비가 조금씩 거세지더니, 두 번째 다락쉼터 인증센터까지 달려도 비는 그치지 않는다.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며 비가 주는 쉼표를 잠시 즐긴다.


비는 여전히 추적거리지만, 라이딩을 할 수 있을 정도여서 그나마 다행이다. 비바람을 뚫고 바다를 따라, 도로를 따라, 마을을 건너 달린다. 네 개의 뜨거운 심장을 비바람에 식히며 달린다.


비오는 날의 제주

모슬포항


오후 4시쯤 되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더니, 구름 사이로 햇살이 삐친다. 잿빛 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하늘은 서서히 바다의 빛을 닮아가고 있다. 해거름 마을공원을 지나 모슬포까지 70여 km를 달렸다. 빗길을 달려온 몸이 무겁게 늘어진다.


모슬포 항구에 제주의 첫날밤을 예약했다. 제주 흑돼지로 지치고 허기진 배를 채우고, 축복처럼 펼쳐지는 항구의 불빛을 따라 걷는다.


모슬포 항구의 밤이 열혈청춘의 행복을 품고 깊어간다.


제주의 풍광과 모슬포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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