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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Nov 11. 2024

천혜의 아름다운 섬, 제주 환상 길 2

('24.6.8.~6.10.)

송악산과 산방산의 우정


모슬포의 아침이 밝았다. 날은 개이고 비는 오지 않는데 바람이 제법 거칠다. 맞바람과 한바탕 싸우는 날이 될 수 있겠다. 아침을 거르고 이른 출발을 한다.


형제 해안도로를 따라가니 송악산(松岳山)이 보인다. 송악산 산등성이를 휘돌며 길게 펼쳐진 바위 절벽이 파도와 어울리며 멋진 아침을 선물한다.  송악산 앞바다에는 형제섬이 펼쳐 있고,  멀리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일 듯 말 듯 숨어 있다. 또, 송악산 옆에는 손에 잡힐 듯 산방산이 자리하고 있다. 산방산에는 재밌는 설화가 있다.


제주도를 만든 '설문대할망'한라산을 만들고 보니 꼭대기가 너무 뾰족해서 꼭대기만 싹둑 잘라 던졌는데, 그 덩어리가 산방산이 되었다고 한다. 산방산 밑둘레가 절묘하게 한라산 정상 백록담 지름과 얼추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고 하니, 전설치고는 꽤나 흥미롭다.


송악산과 나란히 손을 잡듯이 서 있는 산방산을 바라보니, 수십만 년 억센 세월을 감내하며 제주 바다를 지켜온 그들의 진한 우정을 보는 듯하다.  


송악산과 산방산


수국 따라 달리는 길


송악산을 떠나 중문관광단지까지 가는 길은 바닷길을 벗어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공도가 지루하게 이어진다. 또 도로와 도로가 연결되면서 라이더들의 안내선이 갑자기 사라지기 일쑤다. 두어 번의 알바를 거듭하면서 빠르게 달리는 차량들의 위협까지 감내해야 하는 길이다. 그러다 보니 상당 구간을 일행과 떨어져 달려야 했다. 그나마 자전거길이 나뉘어 있는 구간은 나무 그늘이 마음의 위안을 준다. 법환바당 인증센터에 가까워지니 다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는 것처럼 반갑다.


법환바당을 지나 쇠소깍을 향해 달린다. 이 구간도 상당 구간 도로를 타야 했지만, 바다를 끼고 달리니 행복하다. 특히, 길 따라 피어있는 수국이 안을 준다. 이 길뿐만 아니라 제주의 길에는 유난히 수국이 많다. 길마다 소담스럽게 핀 6월의 꽃, 수국이 주먹 손을 흔들며 반긴다. 파랑, 보라, 분홍, 하양 등 갖가지 색과 향이 은은하게 펼쳐진 수국의 길을 눈과 코로 즐기며 달린다. 제주의 6월은 수국 천지다.


제주의 수국 길


제주만의 정취, 제주 방언과 '밭담'


쇠소깍에 도착했다. 제주 특유의 느낌을 주는 친근한 지명이다. 제주도를 돌다 보면, 제주 방언으로 이름 지어진 재밌는 지명들이 많다. 외돌개, 섭지코지, 돔박이내, 독지골, 돔배오름 등 알듯 말 듯 한 제주다운 지명들이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이 또한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제주의 모습이다. 제주도 만의 독특한 방언이 제주의 멋을 더해준다.


환상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마을과 너른 밭을 따라 이어지는 밭담을 자주 볼 수 있다. 조금은 고르지 않아 보이지만, 나름의 멋을 자랑이나 하듯 밭과 밭을 이어 나간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그 모양이 거칠면서도 섬세하고, 자연을 그대로 살린 멋이 숨어있다. 제주도는 대부분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화산 땅으로, 이를 개간하면서 나온 돌을 이용해 담을 쌓아 올린 것이 밭담이다. 밭담은 척박한 자연환경과 맞서 싸운 제주 선인들의 삶의 역사이자 생존을 위한 버팀목이었던 것이다.


천 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 동안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며 살아온 여정을 담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밭담은 2014년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길이가 중국의 만리장성(6천400㎞) 보다 훨씬 긴 2만 2000km에 이르고, 검은색을 띠고 구불구불 흘러가는 모습이 마치 흑룡을 닮았다 하여 흑룡만리(黑龍萬里)라 불린다고  한다. 멋진 이름이다. 우리 선인들의 지혜와 땀의 결정체인 밭담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정취이다. 그 길을 따라 달리며 제주의 맛을 더욱 깊게 느낀다.

제주의 멋, 밭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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