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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Dec 03. 2024

1. 몽골 가는 길

(2024.8.7.~8.11.)


첫 해외 라이딩의 설렘

 

이른 새벽, 공항 가는 버스는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로 만석이다. 수락터미널을 빠져나와 어둑한 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영종대교를 넘는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아침이 열리고 있다.


인천공항 터미널. 여름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상기된 얼굴로 북적인다. 함께 떠날 우리 일행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이번 여행은 '열혈청춘만세' 중에서 이 아우가 빠진 다섯이 함께 한다. 국토종주 길에서 막연하게 꿈꾸던 해외 라이딩의 서막이 오르고 있다. 그 첫 번째가 몽골 초원이다.


터미널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자전거 항공포장을 시작했다. 지난번 제주 라이딩 때 경험이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포장을 끝냈다.  자전거와 한바탕 씨름을 하고 나니, 이른 아침인데도 후텁지근한 공기가 끈적한 땀을 뱉어낸다. 그래도 해외로 떠나는 은근한 설렘이 있어 참을 만하다. 나이 들어도 그 느낌은 변하지 않는다. 특히, 자전거로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라 더욱 그렇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니,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조금씩 기세를 부리며 창을 때린다. 빗방울로 점철된 창이 뿌옇다. 세상이 빗속에 갇힌다.


자전거 항공포장

이륙시간이 지났는데도 비행기는 움직이지 않는다. 비가 와서 화물 적재가 늦어지는 바람에 비행기 이륙이 다소 지연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한 시간 정도 지난 10시가 되어서야 비행기가 서서히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하더니 굉음을 울리며 하늘로 솟아오른다. 서해를 품고 날아오른 비행기가 어느새 솜털같이 하얀 구름을 아래로 깔고 날아간다.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짓푸르게 펼쳐지며 평화롭기 그지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식이 나오고, 조용하던 기내가 다시 부산해진다. 와인 두 잔을 마셨더니 졸음이 온다. 잠시 눈을 붙이려 하는데, 갑자기 비행기가 흔들린다. 마치 자갈밭을 달리는 자가용처럼 심하게 요동친다. 엊그제 몽골행 비행기가 난기류로 인해 기내가 난장판이 되고, 일부 부상자도 있었다는 뉴스를 들었던 터라 긴장을 아니할 수 없다. 기내방송은, 안전벨트를 반드시 메고 이동하지 말라며 다급한 목소리로 상황을 알리고 있다. 다행히 비행기는 다시 평온을 찾고 짙푸른 창공을 한가로이 날고 있다.


설렘을 싣고 날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나다


울란바토르 기스칸 국제공항에 곧 착륙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서서히 비행기가 가라앉으며 몽골의 광활한 대지가 모습을 보인다. 좀 전까지 발아래 깔렸던 하얀 구름이 머리 위를 덮고 있다. 마치 천상에서 노닐다가 다시 이승의 세계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낮은 구릉이 보이고, 연초록, 진초록 대평원이 끝없이 펼쳐진다. 소떼, 말떼, 양 떼들이 보이고, 마을이 보이면서 서서히 인간 세상이 나타난다. 초원 위에는 한줄기 포장도로가 길게 뻗어있고, 붉은 황토색 흙길들이 푸른 도화지 위에 낙서라도 한 듯 어지럽게 그어져 있다. 비행기가 너른 초원 위에 움칫 내려앉는다.


자전거 짐을 찾고, 공항 식당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초원 위에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도록 강렬하다. 한줄기 선선한 바람이 빰을 스친다. 초가을에나 느낄 수 있는 상큼한 맛이다.


4 시간여 만에 서울은  잊었다.

 또 다른 세상이 열리고 있다.


하늘에서 본 세상과 칭기스칸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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