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기환 Mar 20. 2024

렌터 카

덴버 공항에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렌터카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아들이 한 달 전쯤 미리 온라인 예약을 해두었지만, 이래저래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여행은 아직 운전에 서툰 아이들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어 내가 운전을 도맡기로 했다. 가족의 안전을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나로선 어깨가 사뭇 무겁다.  해외여행에서 렌트한 차가 말썽을 부리기라도 한다면, 여행은 엄청난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오랜 무사고 운전 경험이 있는 나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차를 운전하는 건 다소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마음 한편 든든한 것은, 미국의 많은 곳을 다닌 경험이 있어 도로 시스템에 익숙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안전이 완전히 담보된 운전은 없다. 안전 운전은 이번 여행의 최우선 과제이다.


공항 렌터카 존(Zone) 사인을 따라가니, 우리가 예약한 렌터카 회사를 비롯해서 많은 셔틀버스들이 줄지여 대기하고 있다. 처음 이용하는 해외 고객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잘 되어 있는 시스템이 고마울 따름이다.

셔틀버스를 타고 10여 분 달려 렌터카 대여장소에 도착해 데스크에 갔다. 젊은 흑인 여성이 예약에 관한 사항과 주의사항 등을 꼼꼼하게 얘기한다. 영어에 능숙한 딸과 아들이 이것저것 묻고 따지더니 일사천리로 계약이 완료되었다. 만약, 나 혼자 해결하려면 힘들었을 일을 거뜬히 해내는 아이들이 있어 든든했다.


직원을 따라 주차된 렌터카를 보는 순간, 나는 속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예약 당시 차종을 고르면서 넉넉하고 편안한 여행을 위해 큰 차를 선택하기는 했었다. 그래서 고른 것이 미국 F사 7인승(3,500cc) EXPEDITION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큰 차 일지는 몰랐다. 내가 여직까지 몰았던 차보다 훨씬 덩치가 큰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안내 직원은 늦게까지 이어지는 일에 지쳤는지, 친절하지만  대충 설명을 하고 떠나려 한다. 잠시 직원에게 기다려 달라고 요청하고, 차에 올라 보니 모든 게 어색하고 낯설다. 각종 기기의 위치나 모양도 조금씩 달랐다. 기어도 레버가 아닌 휠 형태로 되어 있고, 윈도 브러시도 작동 방법이 달랐다. 시동을 걸고 천천히 주차장을 돌며 기기 작동을 하나하나 점검해 보았다. 한 바퀴 돌아보니 조금은 적응이 되는 듯해서 몇 가지 물어보고 직원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오랜 기간 아빠가 기사인 차를 탔던 아이들이지만 사뭇  불안한 듯,

"아빠!!  이렇게 큰 차를 운전하실 수 있겠어요?" 하며 연신 묻는다.

나는 나직한 목소리에 무게를 실으며, "아빠가 무사고 운전한 지 30년이 넘었지 않냐! 가족의 안전을 위해 눈을 부릅뜨고 운전할 테니 아무 걱정 말아라!!"며 안심을 시켰다.

그제야 차에 오른 아이들이 아빠를 믿는다며, 밝은 목소리로  "출발!! "을 외친다.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천천히 엑서레이터를 밟았다.


주치장에 즐비한 차들이 잠을 자는 듯 숨을 죽이고 있다. 사위는 적막하고, 먹칠을 한  하늘엔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우리의 미국 여행이 시작되고 있다.

Hit the road!!!

이전 02화 덴버 가는 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