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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Apr 05. 2024

후버 댐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벗어나 US-93 하이웨이에 들어서니 또다시 인간들의 손이 닿지 않은 듯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나타난다. 30여 분을 달려 가파른 오르막 커브길이 끝나면서 갑자기 거대한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호수가 자연스레 차의 속도를 늦추게 한다. 도로 표지판이 후버댐을 건설해서 생긴 미드호(Lake Mead) 임을 알려주고 있다.


Lake Mead


후버댐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10여 분을 달려 입구에 도착하니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후버댐은 국가 중요 시설물이라서 입구에서 차량 검색을 한다. 10여 분을 기다려 내 차례가 됐다. 앞 창문을 여니, 보안원이 차 안을 들여다보며, "신고할 만한 물건이 없냐?"고 묻는다. "없다"고 하니 별다른 말없이 통과시켜 준다. 기다린 시간에 비하면 싱거운 검열이다. 앞 차는 트렁크를 열고 검색을 한 것에 비해, 가족 단위인 것을 보고 별 의심 없이 통과시켜 준 듯했다.  


후버댐(Hoover Dam)은 미국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 경계에 있는 댐이다. 미국의 대공황 시기인 1931~36년의 짧은 기간에 걸쳐 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건설한 댐으로, 대공황 시절 가장 성공적인 토목 공사로 손꼽는다. 당초 건립 당시에는 인근 도시의 이름을 딴 볼더댐으로 불렸으나, 후버 대통령의 공을 기리기 위해 후버댐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한다.


후버댐은 로키 산맥에서 발원하여 캘리포니아만으로 흘러가는 콜로라도강의 블랙 협곡을 막아 건설한 높이 221m, 길이 411m의 아치 댐이다. 이 댐이 완성되면서 '사막 위의 바다'라고 불리는 길이 185km의 거대한 인공호수, 미드호(Lake Mead)가 생기게 된 것이다. 댐의 저수량이 약 320억 톤으로, 우리의 소양강댐 소양호(29억 톤)의 10배가 넘는다고 한다. 이곳의 물은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주의 주요 상수원이며 전력 공급원이 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할 만한 것은, 후버댐은 인류 역사에 남을 가장 큰 토목공사 중 하나라는 점이다. 인간의 손길이 갑자기 중단된다고 해도 피라미드와 함께 최소한 10만 년 이상은 이 지구상에 남아있을 건조물이라고 하니, 후버댐이 얼마나 견고한 구조물인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후버댐과 라스베이거스 도시 생성의 역사적 관계이다. 댐 건설을 위해 척박한 사막으로 몰려온 노동자들을 위해 술집과 사창가, 카지노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차츰 도시가 형성되었고, 지금의 라스베이거스로 발전했다고 한다.

후버댐 노동자 동상


역사적 의미가 있는 후버댐을 한 바퀴 돌며, 자연을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이 참으로 위대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또, 가족의 생계와 한 그릇의 밥을 위해 이곳으로 모여들었을 그 많은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생각게 한다.  5년 동안 댐 건설에 참여한 인원이 2만 1천여 명에 달하였고, 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한 사람이 수백 명에 이르는 엄청난 대가를 치른 공사였다 하니, 당시 이곳 공사장 인부들의 삶이 어떠했는 가를 짐작케 한다. 

댐 입구에 설치된 '후버댐  노동자 상'이 그들의 힘들었던 삶을 웅변하 듯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사라진 그들이 이토록 위대한 인류의 유산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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