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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Apr 09. 2024

미국 도로시스템과 교통 스티커

그랜드캐니언을 떠나 I - 40 하이웨이를 따라가다가, US - 160 하이웨이로 갈아탔다. 대부분의 미국 도로는 도시를 벗어나면 무장애 도로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한적하고 여유 있는 운전을 할 수 있다.


애리조나주의 광활한 대지를 가르는 도로 역시 맘 편하게 운전하기 딱 좋은 도로이다. 직선으로 뻗은 구간에 차량도 거의 보이지 않는 도로를 가족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달리다 보면 90 Mile(약 144 km) 이상 넘는 경우도 왕왕 있다. 특히, 차체가 크고 중량감이 있다 보니 핸들이 흔들리거나 차체의 요동이 거의 없어 순간순간 속도를 느끼지 못할 때가 자주 있다. 대부분의 하이웨이 제한속도는 55 ~75 mph까지 허용하고 있으나, 길이 안 막히면 제한속도를 지키면서 가는 차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미국의 고속도로는 크게 Interstate Highway와 US Highway가 있다. Interstate Highway는 현 미국 고속도로의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이다. 기존의 US 하이웨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전후 호황이던 1956년 아이젠하워 정부에 의해 계획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총사령관이었던 아이젠하워 장군이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 건설을 보고 대통령에 당선된 후 실현에 옮긴 것이라 한다.

미국의 자부심인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는 주와 주, 도시와 도시를 잇는 도로망으로 이 도로망을 따라 국가의 주요 물류가 형성되고 있다.

 US Highway는 1920년대 자동차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건설이 시작된 도로로,  인더스턱이트 하이웨이와 함께 미국의 도로시스템의 근간이 되고 있다. 또한, 각 주마다 주요 지점을 연결하도록 스테이트 하이웨이(State Highway)가  근간이 되는  도로와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특히, 이 모든 도로가 짝수는 동서로, 홀수는 남북으로 이어지는 번호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렇듯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도로망은 초행길인 운전자도 길을 찾는데 큰 불편이 없도록 되어있다. 20년 전 만해도 미국은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완성되지 않은 시기였다. 당시 우리나라엔 이미 내비게이션이 상용화되고 있었으나, 선진국인 미국도 워낙 땅 덩어리가 넓다 보니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모든 지역에서 내비게이션이 원활하게 작동되고 있지만, 그 당시는 지도를 보며 여행을 해야만 했다. 그래도 길치인 내가 큰 불편 없이 전국 곳곳을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워낙 도로 시스템이 잘 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미국의 도로망과 도로표지판(출처:위키페디아)


한참을 달리다가 언뜻 백미러로 뒤를 보니, 요란한  불빛을 번쩍거리며 뒤를 따라오고 있는 차가 보인다. 순간 경찰차가 아닌가 싶었으나, 내가 아는 경찰차는 저토록 요란한 불빛을 내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냥 달리던 속도를 유지하며 차를 몰았다.

그러나 아뿔싸!!  이번에는 사이렌까지 울리며 쫓아온다.

아! 경찰차가 맞구나, 싶었다. 차를 갓길에 세웠다. 곧이어 뒤따라 오던 경찰차가 서고, 제복을 입은 경찰이 내 차로 다가왔다. 나는 애써 침착한 마음을 유지한 채 창문을 내렸다. 그는 내 차가 제한속도 65마일인 도로에서 86마일로 달렸다며, 다소 묵직한 목소리로 신분증을 달라고 한다. 국제운전면허증을 건네주니 잠시 대기를 하라며 경찰차로 돌아간다. 그는 일단 차적 조회와 운전면허 조회를 통해 내가 범법자인지를 먼저 확인할 것이다. 그 부분에서는 자유로우니 문제없지만, 벌금이 얼마나 나올지 내심 걱정이었다. 한참 후 과태료 티켓과 운전면허증을 주며 출국 전까지 전산조회를 통해 입금을 하라며 돌아간다.

티켓 여기저기 살펴봐도 벌금이 얼마인지 찾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건네받아 자세히 살피더니, 오늘 밤 숙소에 가서 인터넷 조회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한다.

교통 티켓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나는 경험을 통해 제한 속도 보다 20 마일을 더 초과했기 때문에 최소한 200달러가 넘는 과태료가 나올 것이 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숨 쉬는 아빠를 오히려 아이들이 위로한다. 교통사고가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며 잊어버리자 한다.

나는 그 옛날에도 동부 여행 도중 스티커를 떼인 적이 있었다. 그때는 100달러의 벌금을 냈었다. 그 경험으로 오늘의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는 있었지만, 남의 나라에서 원하지 않는 세금까지 내야 한다는 것은 화가 나는 일이다.



아빠의 기분을 전환시켜 주겠다며, 딸아이가 조용필 노래를 크게 틀어준다.

여행을 떠나요, 모나리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익숙한 추억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국 땅에서 듣는 우리 노래가 조금은 마음을 풀어지게 한다.


날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다. 오늘은 밤 운전을 두어 시간 해야 한다. 내일 저녁까지 덴버에 돌아가려면 조금이라도 더 달려야 한다. 카이엔타까지 가기로 하고 숙소를 예약했다.

날이 완전히 저물고 사위가 온통 칠흑이다. 미국 고속도로에서 밤 운전을 한다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다. 가로등이 전혀 없는 막막한 도로를 오로지 차 경광등에 의존해서 달려야 한다. 특히 앞서가는 차가 거의 없을 땐 더욱 힘이 든다. 가끔은 짐승들이 도로를 건너가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인명 피해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미국의 로드킬(Road Kill)은 상상을 초월한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로드킬을 당한 크고 작은 짐승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연간 로드킬로 죽는 동물의 숫자가 삼십만 마리가 넘는다고 하니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긴장 속에서 어둠을 뚫고 두어 시간을 달려 무사히 카이옌타에 도착했다. 시간은 이미 8시를 훌쩍 넘겼다. 몇 안 되는 음식점들은 이미 문을 닫았다. 미국인의 소울푸드(soul food) 라는 햄버거 가게만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할 수없이 맥도널드 햄버거로 저녁을 해결했다. 생각해 보니 오늘은 세끼 모두를 페스트 푸드로 때웠다. 여행을 하다 보면 끼니를 놓칠 때가 많다. 이렇다 할 음식점이 없을 땐 피자나 햄버거 등 쉽게 먹을 수 있는 요깃거리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종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비싼 대가를 치른 고단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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