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선수가 된 나의 이야기]
오후에 일호를 타게 되었다.
일호는 예전에 선수단에 있던 말인데 힘이 넘쳐나고
내가 타기 어려워하고 무서워했던 말인데, 용기를 내서 타기로 하고 실내마장에 나왔는데 교관님이 안 계셨다. 그래서 조금 걱정되는 마음으로 혼자 운동을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감독님이랑 부장님이랑 교관님들이 외국인 분들이랑 마장에 들어오셨다.
CSI 대회가 열리고 있을 때라 외국에서 많은 팀들이 왔고 그중 인도네시아에서 오신 분이 말을 사려고 하신다고 했다.
나는 내리고 교관님들이 일호, 미미, 댄오션을 타면서 말이 어떤지 보여주셨다. 그런데 갑자기 코치님이나 부모님으로 되어 보이시는 인도네시아 분이 말을 타려는 애가 여자애이고 10대여서 우리 셋 중 한 명이 타는 걸 보고 싶다고 하셨다. 장비를 입고 있는 사람이 나 한 명이었다.
순간 마음속으로 진짜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물도 뛰어보라는 걸 그건 절대 안 되겠다고 해서 속보랑 구보만 해보라고 하셨다. 일호를 먼저 탔는데 나중에 애들 말로는 교관님들이 원 돌아봐, 방향 바꿔봐 이런 걸 얘기하셨다는데 나는 하나도 안 들려서 하나도 못했다. ‘교관님들은 뭐라고 생각하셨을까ㅠㅠㅠ 아마 내가 컨트롤을 하나도 못해서 원도 못 그리고 마음대로 탔을 거라고 생각하시겠지? 쟤가 원래 못 타는 건 알지만 더 심각하구나’라고 생각하셨을걸 생각하니 너무 창피했다.
구보할 때는 일호가 조금 빨라졌고, 내가 컨트롤이 잘 안 됐다. 당연히도 인도네시아 코치분들은 그걸 눈치채셨는지 나중에 일호는 고르지 않으셨다.
그리고 댄오션을 탔다. 처음 타 본 말인데 진짜 너무 좋았다. 나는 더러브렛처럼 얇은 말이나 안정감 없는 말보다 조금 크고 두껍고 반동이 부드러운 말이 좋은데 오션이가 딱 그랬다. 구보때도 내가 보내지 않는 이상 혼자 빨라지지도 않고 반동이 부드럽고 안정적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말 타는 것을 보고 그 말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는데, 그분들은 너무 잘 아시는 듯했다. 댄오션을 후보에 넣으셨다.
내리 고나서야 교관님께서 원 돌라고 하시거나 방향을 바꿔보라고 말하셨다는 걸 알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고,
일호를 혼자 타게 내버려 두신 것에, 미리 예고도 없이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말과 나에겐 너무 어려운 말을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타라고 한 것에 서운했다.
그리고 내가 못 타는 것을 알지만 그걸 모두 앞에서 다시 증명당한 기분이어서 찜찜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미 끝난 일이고 내가 못 타더라도 괜찮거나 완전히 엉망은 아니니까 인도네시아에서 온 팀 앞에서 내가 타도록 했겠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마사회에 다니면서 안 좋은 기분이나 생각, 들은 말들을 빨리 잊어버리고 나아가는 방법들을 찾아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 괜찮아 열심히 계속하면 나아지겠지, 교관님들이 언젠가는 알아주시겠지 ‘라고 나 자신을 설득해오기만 해서 내가 아직도 못 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