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지안 크루즈(NCL) 탑승 첫날
드디어 크루즈를 타는 날
로마 시내에서 항구까지
7박 8일 동안 우리의 집이 되어줄 곳은 노르웨지안 크루즈(Norwegian Cruise, NCL)의 에픽호(Epic)다. 에픽이라는 이름만큼 우리의 여정이 즐거움으로 가득하길 기대하며, 이틀간 묵었던 바티칸 근처 숙소에서 출발해 배를 타는 지점인 치비타베키아(Civitavecchia) 항구로 이동했다. 로마 프라티(Prati) 지역에서 항구까지는 약 70km, 차로는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달리는 차 안에서 창 밖으로 보이는 항구 근처 동네는 로마 도심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조금은 더 자연스럽고 한적했다.
*참고로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FCO)에서 치비타베키아 항구까지는 차량으로 약 1시간 30분 소요된다*
배 탑승
공항 입국 심사 축소 버전으로 크루즈 입구에서 체크인과 소지품 엑스레이 절차를 거쳤다. 예약 및 신분 확인을 마치고 탑승객 이름이 적혀있는 크루즈 카드를 각자 받았다. 객실료 등 선지불한 항목 이외에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서비스 및 시설 이용료는 일정을 마친 이후에 해당 카드로 일괄적으로 청구되는데 배 안에서의 신분증 겸 신용카드인 셈이다.
우리의 객실
객실은 크게 최상위 객실인 스위트 타입과, 바다를 바라보는 테라스가 있는 발코니 타입, 그리고 선실 안 쪽 내실에 해당하는 인사이드 타입이 있다. 타이타닉을 떠올려보면 가장 비슷한데, 여주 케이트 윈슬렛이 묶었던 방은 스위트 그리고 남주인 디카프리오의 방은 창문이 없는 인사이드(내측)에 위치한 다인실이다. 우리의 객실은 창문은 없지만 다행히도 다인실은 아닌 2인실이었다.
객실(방) 밖에서의 액티비티를 주로 즐길 예정이라면, 비용 면에서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객실 타입은 인사이드(내측)다.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가거나 평소 멀미를 하는 편이라면 가급적 테라스 객실을 추천하고 싶다. *멀미 여부, 추천 객실 등 크루즈 여행과 관련된 궁금증 Q&A는 해당 글에서도 자세히 확인 가능하다*
인사이드 객실은 3.6평인데 공간 활용도가 훌륭하다. 박수 짝짝짝. 우선 싱글 침대 2개와 세면대 겸 테이블, 간이 의자, 분리 구획된 샤워실과 변기, 코너를 활용한 옷장(내부 구명조끼 구비). 그리고 매일 호텔처럼 객실 정비와 청소 서비스를 제공한다(지만 방을 깨끗하게 써야 한다는 엄마의 철칙으로 인해 우리는 직원들 못지않게 매일 외출 전 방을 치웠다. 또르르).
크루들은 복도에서 만나거나 수건을 갖다 주러 객실에 잠깐 들를 때에도 더 필요한 건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었고, 친근하며 다정했다. 엄마 덕분에 갓 정비된 방처럼 항상 깨끗했던 우리의 방을 보고 더 친절하게 챙겨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우우우웅~~~~~~~ 드디어 배가 출발하려는지 용트름하는 에픽호.
간다~~~~~~~~~
우리는 유럽에서 여행하기에 날씨가 가장 좋은 편인 9월에 떠나서 배의 움직임이 컸던 적은 다행히 없었다. 참고로 태풍 영향이 있거나 기후 변화가 잦은 11월-12월에 지중해 여행을 계획한다면 큰 배여도 출렁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수도 있다.
크루즈에서 세끼 먹는 곳
레스토랑은 크게 무료(배 타기 전 이미 지불한 금액에 포함)와 유료(체크 아웃 때 추가 지불 필요)로 나뉘는데, 무료 레스토랑만으로도 충분히 다양하고 훌륭하다. 우리는 첫날의 저녁으로 코스 요리가 나오는 Fine Dining, 칼질하는 레스토랑을 선택했다.
레스토랑에 입장한 뒤 자리를 안내받았다. 밤이라 캄캄했지만 우리가 탄 배가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게 보이는 바다뷰 창가 자리였다. 칼질은 언제나 설렌다.
음식은 애피타이저와 메인 메뉴 그리고 디저트 세 개의 카테고리 중에서 자유롭게 고를 수가 있는데, 각 카테고리 안에서도 여러 종류를 선택할 수 있고 시켰던 음식을 다시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대식가라면 정말 이롭다. 예를 들면 애피타이저 내에서도 택 1이 아니라 한 사람 당 수프, 고로케, 샐러드를 모두 시킬 수 있고, 메인 메뉴인 스테이크를 한번 먹은 뒤에도 추가 가능하다.
크루즈 정찬 식사 이용 시 한 가지 팁을 공유하면, 특히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Dinner 시간이나, 배에 탄 모든 사람들이 배 안에서만 종일 노는 At Sea 날 같은 경우에는 꼭 사전 예약을 추천한다. 인기가 있는 레스토랑은 예약 없이 워크인으로 직접 갈 경우, 이용을 못 하거나 오랜 시간 대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약은 크루즈 앱 상에서 간단하게 가능하고, 레스토랑에서 직원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크루즈 타면 뭐하고 놀까?
①배 안에서의 다양한 공연
크루즈 선상 이벤트로는 재즈, 피아노, 뮤지컬, 연극 등 매일 다른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우리는 밥을 먹고 소화를 시킬 겸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예약 없이 입장 가능한 재즈 공연을 즐겼다.
②배 안에서의 체험 프로그램
크루즈 스케줄에는 매일 저녁 그날만의 메인이벤트가 있다. 오늘은 디스코 나이트다. 스크린에 뜬 레트로 풍 영화들과 광고, 뮤직 비디오 음악과 함께 신나게 흔드는 시간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이미 흥이 많은 외국인들이 모여서 실룩실룩 바이브를 즐기고 있었다. 처음엔 약간 쑥스러웠고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흥이라면 뒤지지는 않는 우리들은 약 1-2분간의 탐색을 거친 끝에 조금씩 긴장을 풀고 분위기를 만끽했다. 무엇보다 엄마가 신나게 즐기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아름다웠던 오늘밤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