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타고 Day 2, 소도시 동네 투어
배를 타고 둥둥둥. 저 멀리 보이는 마을 해안가와 점점 가까워진다.
크루즈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은 자고 나서 눈을 뜨면 다른 나라, 다른 도시로 순간 이동해 있다는 것이다.
내가 침대에서 쿨쿨 자는 동안에 누군가 나를 다른 나라로 옮겨다 주는 특급 배달 서비스인 셈인데, 다시 생각해 봐도 신기하고 편리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은, 기항지에 정박할 때마다 "내가 떠 있는 바다 위에서 해안가로 향하는 위치, 즉 평소와 다른 앵글"이기 때문에 휴양지에서 바다를 바라볼 때와는 정반대의 시선에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점이다.
정박 도시마다 풍경이 다르기에 기항지 투어를 나가지 않는 날에는 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다음날 눈을 뜨면 마주하게 되는 도시에 점점 다다를수록 설렘은 배가 된다. 각 나라의 유명 랜드마크나 건축물들이 장난감 미니어처처럼 보이다가 가까이 갈수록 모습을 크게 드러내는 것도 매일 아침 조식 뷔페를 먹으며 즐길 수 있는 묘미다.
첫날의 디스코 나이트가 저물고. 푹 자고 일어나니 우리는 다른 도시에 와있었다.
7박 8일간의 우리 집인 에픽호가 로마에서 출발해 밤새 달려 도착한 곳은 이탈리아 서해안 항구 도시인 리보르노(Livorno)다. 우리나라로는 인천과 비슷한 위치다.
https://maps.app.goo.gl/dd7FXnh8AUTJbqLy5
우리가 탄 노르웨지안 NCL 에픽호의 서유럽 지중해 코스
이탈리아 로마 치비타베키아 항구를 출발해서 - 이탈리아 리보르노 항구(정박 여행으로 피사의 탑 혹은 피렌체까지 기차/버스로 이동 가능) - 프랑스 칸 - 스페인 팔마 마요르카 - 스페인 바르셀로나 - At Sea Day (배에서 하루 종일 노는 날) - 이탈리아 나폴리를 거쳐서 다시 로마로 돌아오는 7박 8일 일정이다. 그중에 오늘은 둘째 날에 해당한다.
매일 배달 오는 뉴스레터
다음 날 배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소개와 전체 일정표가 담긴 신문(뉴스레터)은 전날 밤에 객실로 배달된다. 물론 앱에서도 확인 가능하지만, 종이 신문만의 아날로그 한 감성과 편리함이 있고 깜빡하고 있던 정보를 챙길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도 어제 자기 전에 뉴스레터를 보면서 오늘은 무얼 먹을지, 뭘 할지 참고했다.
조식 뷔페로 풀충전
크루즈를 타고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이곳저곳 늘 먹을 것이 항시 대기하고 있는 점이었다. 가까운 뷔페 레스토랑 아무 곳으로 들어가서 접시에 내가 먹고 싶은 것들을 담아 실내에 앉아서 먹거나 밖으로 갖고 나가도 되는데(크루즈 음식, 객실 및 외부로 반출 가능), 그럴 때마다 공짜로 먹는 것 같은 희열이 있었다.
눈으로만 봐도 기분 좋은 예쁜 빵들과 케이크, 정갈하게 담겨있는 조식 뷔페 코너의 음식들을 하나씩 담고 주스랑 요구르트를 챙겨서 선상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배 양쪽으로 보이는 항구 풍경과 함께 즐긴 아침 식사랑 커피 마시는 여유시간이 참 좋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 가족들을 위해서 매일 아침을 챙겨주시던 엄마를 위해 예쁘게 차려진 아침 식사가 있다는 게 무엇보다 행복했다.
리보르노 항구 동네 탐방
배에서 내려 오랜만에(?) 약 24시간 만에 땅을 밟았다. 배에 탄 많은 사람들이 피사의 사탑을 구경하거나 피렌체에 가기 위해 기항지 관광을 떠난 이후라 엄마랑 나는 여유롭게 동네를 돌아볼 수 있었다. 리보르노는 작고 한적한 느낌의 동네였는데 우리는 작은 쇼핑몰 상가들도 구경하고(1+1 패션 가방 득템!!) 테라스에서 홍합찜, 아페롤 스프리츠(이탈리아 칵테일, 식전주)와 커피를 한잔씩 했다. 엄마와 나는 짜인 일정 없이 슬슬 걸어 다니며 동네의 숨은 보석을 찾는 여행을 사랑한다.
기항지 관광이란
기항지 투어는 정박 도시에 내려서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선사 패키지 상품으로, 보통은 차량과 가이드 동행이 지원된다. 다만 추가 금액이 만만치 않은 편이고 시간적 제한이 있기 때문에 자유 여행 경험이 있는 편이라면 개별적으로 이동하거나 항구 근처에서 그 도시의 분위기를 여유롭게 즐기는 걸 추천하고 싶다.
다시 배로 돌아왔다
이틀 밖에 안되었지만 에픽호로 돌아오면 집에 온 느낌처럼 안정감이 든다. 배가 우리를 남겨놓고 갈까 봐서일까? 해가 저물 시간이라 석양이 아름다웠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데크를 한 바퀴 돌고, 저녁 식사 전에 웨이브스라는 야외수영장 풀 바에서 칵테일을 한 잔씩 했다. 오늘의 저녁도 코스 요리가 나오는 파인 다이닝으로 예약해 두었는데, 어제와는 다른 레스토랑으로 선택했다.
내일을 기다리며
에픽호가 우리를 데려다줄 내일의 도시는 국제 영화제 개최지로 알려진 칸 Cannes이다. 남프랑스에 처음 가보는 설렘을 안고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