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타고 Day3, 프렌치 리비에라에서의 6시간
가을의 따사로운 햇살, 청량한 바람, 반짝이는 윤슬
어젯밤 기대를 품고 잠들었던 칸(Cannes). 프랑스 남동부 지중해 해안 ‘코트다쥐르’ 도시 중 하나인 프렌치 리비에라 ‘칸’은 주로 국제 영화제와 남부 휴양지로 알려진 곳이지만, 서유럽 크루즈 여행의 대표 기항지 이기도 하다. 코로나 여파로 온 세계가 움츠러들기 직전 청명했던 9월의 가을, 크루즈 정박도시로 바라본 칸 그리고 그곳에서 엄마와 함께한 6시간을 꺼내어본다.
크루즈가 항구에 정박했다.
바다에서 해안가로 향하는 시선이 아직은 새롭다. 먼 듯 가까운 듯, 우리가 탄 배에서 칸 해변을 바라보며 커피로 "짠(Cheers!)"을 했다. 여행 중 물 잔, 커피잔, 와인잔 가리지 않는 마법의 짠!은 엄마랑 나의 흥을 불러일으키고 아침을 깨우는 의식과도 같다.
롤리팝을 연상 케하는 파라솔, 늦여름 태닝과 수영을 즐기는 모습들, 새파란 하늘과 바다의 조화.
여객선에서 해변까지 작은 보트로 옮겨 10여 분 정도 달려 도착한 칸 선착장(Port de Cannes). 보트에서 내려 잠시 걸으니 이렇게나 아름다운 쁠라쥬 듀 미디 해변(Plage du Midi)이 길게 펼쳐졌다.
지금 돌이켜 보면 코로나가 왔다 가도 "아 여긴 안 되겠다" 하고 되돌아갈 것만 같은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키덜트 모녀의 필수품, 레고
아기자기한 소품과 장난감을 좋아하는 키덜트인 엄마와 나는, 이번 여행에도 함께한 레고 피규어와 동물 친구들을 꺼내어 저 멀리서 우리를 기다리는 크루즈를 배경으로 사진을 담으며 첫 일정을 시작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반나절
주요 명소를 밀도 있고 편안히 돌아보기 위해 쁘띠 트레인을 택했다. 코끼리 열차와 같은 존재다. 쁘띠 트레인에는 기본적으로는 도심 코스(Croisette)와 역사 코스(History) 두 가지 루트가 있고, 우리는 1시간 동안 두 코스를 모두 돌아보며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되는 빅 투어 코스(Big Tour)를 선택했다.
첫 번째 랜드마크로는 칸 영화제, 칸 라이언즈 국제 창의성 페스티벌, NRJ 뮤직 어워드가 열리는 컨벤션 센터(Palais Des Festivals)를 지나 Hotel Majestic, Carlton Hotel, Hotel Martinez 등 럭셔리 호텔과 부띠끄 상점들이 줄 지은 크와세뜨 거리(La Croisette)를 통과했다.
창문 및 야외 테라스가 닫힌 집들이 많이 보이는 이유
화창한 날씨임에도 일반 가정집처럼 보이는 맨션건물의 테라스와 창문이 닫혀 있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트레인 기사님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거리의 건물은 주거용 보다는 별장 형식의 세컨드 하우스로 대부분 사용되기 때문에 7-8월을 제외하고는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게 해안 산책로를 거쳐 쇼핑 거리(Rue d’Antibes)와 재래시장(Marche Forville)을 지나 높은 언덕(Suquet Hill)에 위치한 천주교 성당(Notre Dame Esperance)에 도착하니, 해안가를 포함한 도심 건물까지 칸 전경이 한눈에 내려 다 보였다. 잠시 정차하던 1분이 마치 전망대에 오른 것처럼 느껴졌다.
1시간 동안 도심 랜드마크 건물과 거리를 지나가고 해변 산책로와 가파른 언덕까지 편히 오르고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칸을 둘러보고 싶다면 칸 코끼리 열차 '쁘띠 트레인'은 1순위로 추천하고 싶은 코스다.
동네 구경
쁘띠 트레인에서 내려서는 골목길을 따라 발걸음이 이끌리는 대로 걸었다. 동네 작은 상점들과 카페를 거쳐 칸 Le Suquet 지역의 주요 거리인 크와세뜨 거리(Quai Saint-Pierre)에 닿았다.
거리 한 켠에서는 19세기 초반의 해당 거리 모습이 그대로 담긴 미술작품 ‘Le Quai Saint-Pierre et la Douane’(칸 Castre 박물관 소장, Charles Labor 1813-1900, 유화)에 대한 설명을 접할 수 있었다.
그림 속 풍경은 1955년 개발 이래 항구를 따라 들어선 현재의 상점과 주택가가 조성되기 이전 모습으로,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항구와 관세청 빌딩이 그림에 담겨있었다. 현존하는 거리와 과거 19세기의 모습, 같은 거리를 각기 다른 시대에서 바라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우리는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미식의 도시를 즐기며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신선한 생선 코스요리, 남프랑스 지역 와인, 따뜻한 분위기 모두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얼굴만 한 크기의 버터가 나왔다고 좋아하고, 빵 인심이 좋다며 신나 하던 소녀 같은 엄마의 모습"이다.
시간이 훌쩍 흘러, 다시 크루즈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어쩌면 짧았기에 더 소중했던 칸에서의 6시간. 아름다운 분위기 그리고 영감의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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