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 안녕? 모노.
16 - 안녕? 모노 (비비드 이야기)
그 둘은 그렇게 천천히 다시 마주했다.
비비드는 어쩔 줄 몰랐다. 화를 내고 싶지만 화가 나지 않았고,
사과를 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비비드가 우물쭈물 망설이는 사이 먼저 입을 연 것은 모노였다.
"안녕? 비비드, 오랜만이에요, 제가 누군지 기억하시나요?"
이 짧은 인사에, 그리고 바보 같은 모노의 질문에
비비드의 그간의 마음이 천천히 누그러지는 것 만 같았다.
모노에게 화가 났던 마음도, 미안했던 마음도,
더불어 모노에 대해 불편해하던 마음도 천천히
누그러지고 풀어져 옅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비비드는 그런 마음을 모노에게 숨기고,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모노에게 화가 났던 것도, 미안했던 것도,
불편했던 마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비비드가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비비드의 입가에 번져있는 미소.
비비드는 자신도 모르게 모노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고
또, 모노의 얘기를 들으며 웃고 있었다.
이미 모노와 비비드에게 지난 일들은 더 이상 중요치 않았다.
그렇게 모노와 비비드는 처음 만났던 그 해변에 나란히 앉아
밤새 그간 있었던 일들로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그날 그리고 그 밤, 둘 사이에서는 또 그 해변에서는
두 사람의 이야기소리와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그날, 그 밤의 '회색도시'의 바닷가는 알록달록 예쁜 색깔로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