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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모노와 비비드 이야기

15 - 안녕? 비비드.

by 차준생


15 - 안녕?비비드(모노 이야기)


모노는 처음 만난 그날처럼 조심스럽게 그리고 유심히

알록달록한 비비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비비드의 표정은 좀처럼 읽을 수 없었다.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모노를 전혀 못 알아보는 것 같기도 하고...

모노는 두려웠다. 비비드가 자신을 까맣게 잊었을까 봐, 무서웠다.


"안녕? 비비드, 오랜만이에요, 혹시 저를 기억하시나요?"

"응 안녕.. 하세요, 모노!, 그럼 기억하고 있지요."

"... ..."

"비비드! 비비드!! 지금 나를 모노라고 부른 거야?"


모노는 기뻤다. 뛸 듯이 기뻤다.

비비드가 잊지 않고 자신을 기억해 주었고,

자신을 잿빛의 당신이 아닌 모노라고 불러주었다.

모노의 세상이 또다시 조금씩 알록달록하게 물들어 갔다.


"비비드! 비비드! 나를 한 번만 더 모노라고 불러줘요!"

"흥! 싫어요, 잿빛의 당신!"


비비드는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웃고 있었다.

그렇게 둘은 '회색도시'의 해변에 나란히 앉아 정신없이 떠들었다.

지난날의 일들을 비비드는 정중히 모노에게 사과했다.

지난날의 일들을 모노 역시 비비드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모노는 웃고 있었고, 비비드도 웃고 있었다.

그날 그 바다의 색깔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확실히 회색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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