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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모노와 비비드 이야기

14 - 다시 불편한 모노

by 차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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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다시 불편한 모노 (비비드 이야기)


비비드는 회색도시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모노에 대한 생각을 점점 많이 하게 되었다.

모노에 대한 생각은 하면 할수록,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그럼에도 비비드는 쉽사리 모노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비비드는 이 화의 근원인 모노를 찾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만약 모노를 만난다면 한바탕 화를 내고 욕이라도 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모노를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는 없었다.

마치 모노를 '<회색도시>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서 만났던 게 아닐까?'라는

바보 같은 착각을 할 정도로, 도통 모노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난 여객선사에서 연락이 왔다.

지난 여행에서 배가 좌초되며, <세피아왕국>행이 무산된 보상과 더불어

떠내려갔던 몇몇 분실물들을 찾았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비비드는 그렇게 급한 물건도 사항도 아니니, 휴일에 바닷가의 항구로 가겠다고,

여행사와의 일정을 잡았다. 그렇게 비비드는 휴일에 모노와 처음 만났던,

그 바닷가로 향했다.


그렇게 바닷가로 향한 비비드는 모노와의 만남을 회상하며,

혹시 모를 모노를 찾아 해변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바라봤다.

그리고 그 해변의 한 귀퉁이에 쭈그려 앉아 있는, 잿빛의 사람에게 시선이 멈춰 섰다.

모든 회색 중에 유일한 잿빛, 절대 착각할리 없는 잿빛, 그렇게 찾던 잿빛.


모노다. 틀림없이 모노다.


비비드는 또다시 모노가 달아날까 부리나케 달려 해변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렇게 비비드는 모노 곁에 다 달아 멈춰 섰다.


그렇게 찾던 모노인데, 그렇게 만나고 싶던 모노인데,

만나면 욕이라도 해줄 생각이었는데, 욕은커녕 말도 잘 안 나왔다.

비비드는 이대로 뒤돌아 가고 싶었다. 숨고 싶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모노를 보는 것이 힘들고, 숨 막히고, 불편했다.


비비드는 처음 그랬던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모노가 불편해졌다.


그렇게 아무 말도 못 한 체 얼마나 모노 곁에 서있었을까?

드디어 모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비비드를 바라본다.

모노 역시 적잖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표정을 추스르며,

모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녕? 비비드, 오랜만이에요, 혹시 저를 기억하시나요?"


단 하루도 생각하지 않은 적 없는데,

기껏 오랜만에 만나 처음 한다는 얘기가 본인을 기억하냐니?

역시 모노는 정말이지 바보 같다.


눈물이 나올 만큼 바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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