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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모노와 비비드 이야기

13 - 모노의 휴일

by 차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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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모노의 휴일 (모노 이야기)


그렇게 비비드와의 짧은 만남과 헤어짐이 지나가고 얼마나 지났을까?

모노는 휴일이면 여전히 바닷가를 찾고는 했다.

딱히 비비드와의 만남을 곱씹으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비비드와 그렇게 헤어진 이후 바닷가를 찾을 때면,

알록달록한 빛깔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기도 하고,

또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비비드의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분명 처음에는 웃을 수 있는 추억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비비드에 대한 생각들은 점점 짙어지고

깊어지는 것만 같았다. 모노는 비비드를 생각하면 자신이

초라해지고, 또 비비드가 원망스럽게 까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비비드를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라도, 행여라도, 어쩌다가 라도 이 바닷가에서 다시 비비드를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점점 비비드에 대한 모든 생각들이 모노의 머릿속에서

혼란스럽게 뒤엉켜 모노를 괴롭혔고, 비비드를 만났던 바닷가에 올 때면

더욱이 머리가 복잡해져, 모노가 좋아하던 바닷가의 옅은 푸른빛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이러다가는 내가 금방이고 망가져 버릴지도 몰라.'

라고 생각한 모노는 오늘을 끝으로 비비드의 생각을 피해

한동안 바닷가에 오지 않기로 생각했다. 그렇게 모노는 다시 칙칙한,

회색빛만이 가득한 <회색의 도시> 속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뒤돌아 가려는 순간이었다.

모노의 뒤에, 모노의 시선이 닿지 않았던 곳에 누군가 서 있다.

너무나도 예쁘게 반짝이는 알록달록한 색깔을 가진 누군가 서 있었다.

<회색도시>에서 저렇게 알록달록한 빛깔을 내는 사람은

아마도 단 한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모노는 비비드를 다시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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