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화가 난 비비드
12 - 화가 난 비비드 (비비드 이야기)
비비드는 그날 이후 모노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회색도시에서의 삶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모두들 알록달록한 비비드를 좋아해 줬다.
온통 회색빛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유일하게 알록달록 빛나는 비비드.
친구도 많이 생겼고,
회색도시에서의 비비드는 금방이고 유명해졌다. 그렇게 듣기 싫어하던
'알록달록'라는 말도 '회색도시'의 회색 사람들에게 들으니 칭찬 같고 좋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한 번도 불러 준 적 없던 그 이름 '모노'
지금처럼 즐겁게 잘 지내는 내 모습을 모노가 본다면,
'미워할까?, 경멸할까?, 증오할까?'
모노에게는 그렇게 차갑게 대했으면서,
일부러 이름조차도 불러주지 않았던 잿빛의 당신, 모노
비비드는 몇 번 길에서 모노를 닮은 사람을 보고는 뒤쫓아 가 본 적이 있다.
번번이 다른 사람이었고, '회색도시'에서 회색의 사람을, 잿빛 사람을 찾는 일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나날들이 반복되었다.
그러는 동안 비비드는 점점 모노를 생각하면 화가 앞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울음을 터뜨려 버린 모노가 바보 같아 화가 났고,
그렇게 도망쳐 버린 모노가 한심해서 화가 났고,
너무나도 무례했던 자신에게 화가 났고,
쫓아가지 못한, 쫓아가 사과하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났다.
어느새, 이유 모를 모노에 대한 불편함은 망설임으로 또 화로 바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