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 기분 좋은 날
20 - 기분 좋은 날(비비드 이야기)
모노와 함께 지내던 어느 날,
회색 잿빛으로 가득 차 있던 <회색도시>가 알록달록한 색깔들로,
모노와의 갖가지 추억들로 예쁘고, 알록달록 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비비드는 <회색도시>의 이것저것들을 모노와 함께 물들여 나갔다.
비비드 생에 가장 생기 넘치고 즐거운 나날들이었다.
여전히 <회색도시>는 칙칙한 잿빛의 도시였지만,
이렇게 모노와 함께 추억을 쌓아나가다 보면,
이 잿빛의 <회색도시>도 언젠가는 알록달록 예쁜 색깔들로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비비드에게는
생각만 해도 신나고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분명 너무나도 즐거운 나날들이다.
분명 너무나도 행복한 나날들이다.
분명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날들이다.
분명 그런 나날들인데...
요즘 비비드의 기분은 다른 날과 비교하지 못할 만큼 행복하다.
하지만 왜 인지 비비드는 점점 생기를 잃어 가고 있었다.
비비드 본인도 모르는 사이, 작은 잿빛의 반점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반점은 이윽고, 비비드의 몸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비비드는 겁이 나기도 했지만, 괜찮았다.
모노와 함께라면 이까짓 색깔 따위 없어도 괜찮다고,
모노와 함께라면 기꺼이 색깔 따위 버릴 수 있다고,
이것이 모노와의 추억의 증거라면 더욱이 그리고 기꺼이...
비비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모노와의 추억이 쌓이면 쌓일수록,
<회색도시>에서의 추억이 쌓이면 쌓일수록,
<회색도시>를 알록달록한 색깔로 물들여 나갈수록,
비비드의 색깔은 시들어 갔고, 잿빛의 반점도 점점 늘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