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 겁쟁이
21 - 겁쟁이 (모노 이야기)
모노는 요즘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다.
비비드와 함께 <회색도시> 이곳저곳을 둘만의 추억으로
알록달록 하게 물들이고 다니느라 너무나도 행복했다.
이렇게 비비드와 지내다가는 머잖아 이 <회색도시>를
전부 알록달록하게 물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침에 눈을 떠 비비드에게 달려가고,
비비드를 기다리고, 비비드를 만나 함께 하고,
비비드를 대려다 주고, 비비드의 생각으로 잠드는 밤까지
모노의 하루는 온통 비비드로 가득 차 있었다.
모노는 <회색도시>의 그 누구보다 즐겁고 행복했다.
하지만 비비드와의 추억을 알록달록하게 물들일수록,
비비드의 알록달록하게 빛나던 색깔은 서서히 옅어지고,
물이 빠져 결국에는 잿빛의 반점까지 몸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모노도 알고 있었다. 틀림없이 모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노는 비비드가 <회색도시>를 떠날까 봐 무서웠다.
모노는 비비드가 <무지개섬>으로 돌아갈까 봐 무서웠다.
모노는 비비드가 자신을 떠날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모노는 비비드에게 말하지 못했고,
별거 아닌 일일 것이라고, 조금 쉬면 금방이지 예전처럼 돌아올 것이라고,
다 괜찮아질 것이라고, 애써 눈을 돌려 외면하며,
괜찮아 지길, 홀로 조용히 바라고 빌며, 기도했다.
'아니야, 아무것도 아닐 거야, 별거 아닐 거야...'
하지만 모노의 바람과 기도와 달리 비비드는
하루하루 점점 더 쇄약 해져만 갔고,
그녀에게 생긴 잿빛의 반점도 커지고 늘어만 갔다.
그렇게 서서히 다시금 비비드와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음을
애써 부정하고 외면했지만, 아마 모노도 서서히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모노는 그 무엇도 하지 않았다. 아니할 수 없었다.
점점 쇄약해지고 옅어지는 비비드를 바라보며
그저 모른 척, 아닌 척, 괜찮은 척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