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 도무지 답이 없는 후회
23 - 도무지 답이 없는 후회(모노 이야기)
결국 모노는 색을 잃어가는 비비드를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모노는 비비드가 자신을 떠나게 될지라도 지금처럼,
잿빛으로 물들어가는 그녀를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모노는 비비드에게 거울을 내밀며 말했다.
"비비드, 아무래도 비비드는 '무지개섬'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모노!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비비드가 화를 내고 있었다. 아니 슬퍼하고 있는 걸까?
모노는 다시 비비드의 표정을 알 수 없게 되었다.
비비드에 관해서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비비드의 표정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비비드! 거울을 봐 비비드의 색깔이 빠지고 있어..."
"그래서요?, 그게 뭐 어쨌는데요?"
비비드는 생각보다 완고했다.
"비비드!, 난 더 이상 비비드의 이런 모습을 그냥 지켜보지 못하겠어..."
"이런 모습이 어떤 모습인데요?"
"네가 점차 색깔을 잃어 가는 모습을 말이야... 비비드..."
"모노, 결국 당신도 내 색깔만 보고 있었군요."
"비비드!, 아냐 그런 게 아냐..."
"됐어요, 어차피 저도 알고 있었고, '무지개섬'으로 돌아가려 했어요!'
"잘 있어요, 잿빛의 당신."
비비드는 이렇게 짧은 인사말을 남긴 채 뒤돌아 섰다.
비비드는 화가 난 걸까?, 슬픈 걸까?, 당황스러운 걸까?, 당혹스러운 걸까?
비비드는...
꾹 참고 있는 눈물이 고여, 앞을 가려서일까? 아니면 그저 멀어져서일까?
더 이상 모노의 시야에 비비드가 보이지 않을 때가 되었을 때,
모노는 벌써 비비드가 다시 보고 싶었다.
하지만 모노는 달려가지 않았고, 비비드를 잡지 않았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진정 비비드를 위한 선택이었을까?
모노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이것이 비비드를 위한 최선이라고 믿는 수밖에,
달리 모노가 할 수 있는 일은 후회뿐이 없었다.
한때 알록달록한 비비드를 보며, 모노는 비비드도 비슷한 색깔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럴 리 없겠지만,
왠지 자신의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그런 바보 같은 생각 때문에,
비비드가 저렇게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자신의 자격지심에 후회했다.
모노는 비비드가 떠날까 봐 진실을 숨기며 외면했던 날들을 후회했다.
끝까지 외면하지 못한 그 애매한 자신의 이기심을 후회했다.
함께 <무지개 섬>으로 가자며 따라나서지 못한 자신의 무력감에 후회했다.
함께 <회색 도시>에 남아 달라고, 말하지 못한 그 애매한, 진심도 아닌,
자신의 이타심을 후회했다.
'우리에게 다른 미래,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어떤 미래가 있기는 했었던 걸까?'
답을 알지 못했던 모노는 결국 꾹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 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