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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모노와 비비드 이야기

25 -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일상.

by 차준생



25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일상(모노 이야기)


비비드가 <회색 도시>를 떠났다.

<회색 도시>에서 비비드의 소식을 듣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온통 회색으로 뒤덮인 도시에서 홀로 알록달록 반짝이던 그녀 비비드.

언젠가 모노와 세상 누구보다 가까웠었던 그녀 비비드.

그런 비비드가 떠났다.


예전에 비비드를 처음 만나고 그리고 헤어졌던 그때처럼, 모노는

쉽지는 않겠지만, 비비드가 없는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어쩌다 가라도 들려오는 그녀의 소식들만으로 만족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저 마치 한 여름밤에 꾼 달콤한 꿈처럼 여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쉽게 비비드 없는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모노의 착각이었고, 또 큰 오산이었다.


비비드와 함께 나눴던 수많은 시간들은 모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었다.

잔인하게도 그렇게 반복된 기억들은 꼭 모노의 실수와 잘못 같은,

부끄러운 일들만 선명하게 그리고, 또렷이 부각하여 보여주었다.

모노는 괴로웠다 너무나도 괴로웠다.


무엇보다 모노를 괴롭게 만든 것은 바로 비비드와 함께 했던 시간들,

그 시간들은 도시 이곳저곳을 물들였고 여전히 알록달록한 채로 남아

모노를 비비드와의 기억에서 더욱 헤어나지 못하게, 잊지 못하게

더욱 사무치도록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모노는 자신도 모르게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도망치기 위해,

방어기제라도 발동한 것일까?

이렇게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기억 속에 서서히 모노는 비비드와의 기억을

추억을 왜곡하기 시작했고 또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비비드와의 추억은 모노에게 더 이상 즐거운 것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삐뚤어진 모노의 생각은 결국...


"나는 비비드가 밉다!"

"나는 비비드가 너무나도 밉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노는 여전히 그리고 변함없이 비비드가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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