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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 모노와 비비드 이야기

27 - Die or Dye

by 차준생


Die or Dye (모노이야기)


비비드에 대한 기억과 미련은 하루가 다르게 짙어져만 갔다.

그렇게 모노는 점점 망가져 가고 있었다.

특히나 비비드와 함께 물들였던 회색도시 이곳저곳을 볼 때면,

분명 당시에는 즐겁던 기억들도 이내 미련과 죄책감 그리고

후회들로 바뀌어 더욱 모노를 짓눌렀다.


그렇게 모노는 자신의 생각에 갇혀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있었다.

그러던 모노는 결국 자신의 생각들을 멈추기 위해,

망가져 가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비비드와 함께 쌓았던, 비비드와 함께 물들여 나갔던

<회색도시> 이곳저곳의 알록달록 반짝이던 풍경들을

다시 회색의 잿빛으로 덧칠하여 물들이기로 했다.


알록달록한 기억을 잿빛으로 그렇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노는 비비드와의 추억이 담겨 있는 장소, 물건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회색으로 물들여 나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색깔을 써 가며 다시 물들여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이나 지났을까?

그렇게 몇 달이나 지났을까?


더 이상 <회색도시>에서 비비드와의 추억들로

알록달록하게 물들었던 풍경들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되었을 무렵 그곳에는 더 이상 잿빛의 '모노'는 존재하지 않았다.

겨우겨우 윤곽만을 알아볼 수 있는 희뿌옇게 빛바래져 버린 모노.


하지만 참으로 지독하게도 몇 번이고 그 추억의 빛깔을 잿빛으로 덧칠해 보아도,

비비드와의 기억들만은 모노의 머릿속에 남아 지워지지도 않고

여전히 또렷하고 또 알록달록하게 남아 있었다.

너무나도 희뿌옇게 바래져 버린 모노의 머릿속,

너무나도 또렷하고 알록달록 하게 빛나는 비비드의 모습,


더 이상 아무런 색깔도 없는 모노의 기억 속 비비드의 모습은

여전히 알록달록하고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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