뱉으려다, 삼켜버린
24 뱉으려다, 삼켜버린 (비비드 이야기)
그렇게 그날 비비드는 모노와 다투고는 다시 모노를 만나지 않았다.
비비드는 그 길로 바로 '무지개 섬'으로 돌아가는 배편을 예약했다.
모노가 왜 자신에게 <무지개 섬>으로 돌아가라고 말한 것인지,
모노가 얼마나 걱정하고 자신을 생각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물론 모노가 자신의 색깔만을 보는 사람이 아닌 란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지만, 너무나도 화가 났다.
함께 가자고 하지 않는 모노에게 화가 난 걸까?
함께 여기 남아달라고 하지 않는 모노에게 화가 난 걸까?
비비드는 모노와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다른 것들은 아무 상관없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설령 내가 가진 모든 색깔을 잃는다고 해도...
하지만 모노는 아니었다는 그 사실에 화가 난 걸까?
무엇보다 그 마지막 혼자 결연한 표정을 짓던 모노.
혼자 끙끙 앓았을 모노를 생각하니, 비비드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짓고 결론 지어 버린 모노에게, 화가 났다.
분명 모노는 비비드를 위해 해준 말 들인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너무나도 화가 났다.
그렇게 '무지개섬'으로 돌아가는 날이 다가왔다.
그 사이 모노는 단 한 번도 연락해 오지 않았다.
물론 비비드 또한 하지 않았다.
"흥! 결국 연락 한통 안 하네!"
"잘 지내든지, 말든지!."
"다시는 볼일 없..."
"없..."
그렇게 홧김에 툴툴대며 혼잣말을 내뱉다가는 마지막 말에서 멈췄다.
비비드는 그 말을 끝까지 뱉었다가는 그 말이 이뤄질까 두려웠다.
그렇게 말을 멈춘 비비드는 뱉어내던 문장을 속으로 삼켜냈다.
혹시나, 먼 훗날, 어느 날, 언젠가, 우연히...
그런 말도 안 되는 기적 같은 말들에 기대어 빌며,
비비드는 그렇게 조용히 <회색도시>를 떠났다.
사실, 떠나는 순간까지, <회색도시>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비비드의 눈은 모노를 쫓고 있었지만, 비비드의 시야 그 어디에도
모노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저 잿빛의 황량한 <회색 도시>의 살풍경만이
마지막 비비드를 배웅했다.
떠나는 <회색 도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처음 도착했을 때 보다도 낯설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