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우리 집과 더불어 나의 일가친척들은 몇 대째 기독교인으로,
목회자가 세분이나 계시는, 나름 유서 깊은 기독교 집안이다.
글쎄, 다른 일가친지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나는 조금 유별나게 타 종교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갖고 있는 편이다.
특히 내가 최근 몇 해전부터,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 종교는 '무슬림'
즉, '이슬람교'이다.
아, 미리 말하지만, 결코 개종을 고민하고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단순한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관심이다.
이 호기심이 처음 생겨 났던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나는 동대문 근처에서 근무를 하고 있으며,
업무 특성상, 외근이 잦은 편이라,
동대문 인근 이곳저곳 골목골목을 자주 돌아다니는 편이다.
서울에 가장 이국적인 장소를 꼽자면, 아마도 많이들 '이태원'이나
'대림 차이나 타운'을 꼽을 테지만, 사실 거기에 못지않게
동대문에도 아주 이국적인 장소가 있다.
인근 상인이나 주민들에게는 속칭 '러시아 골목'이라고 통하는
'동아시아 거리'이다. (정식 지명이 '동아시아 거리'이지만,
동아시아 보다는 중앙아시아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이곳이 왜 처음 '러시아 골목'라고 불리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이 지역에는 중앙/동 아시아의 '무슬림'들이 많이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이 거리에서는 오후 2시 조금 넘은 시각에 골목 어귀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면, 작은 양탄자를 깔아 놓고는
엎드려 기도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살라트'라고 하는 이슬람식 기도이다.
이렇게 무슬림들은 하루에 5번 그들의 성지인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한다고 한다.
내가 처음 이 거리에 들어서서 마주했던, 이 살라트를 드리는 모습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실, 그전까지 내가 가졌던 '무슬림'이란 느낌은
다소 과격한 이미지가 있는 단어였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늘진 어귀,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어둡고 축축한 구석,
경건히 자리를 펴고 엎드려, 그 누구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실제 비상구 계단 같은 곳에서도 엎드려 이 살라트를 드리는 분들도 본 적이 있다.)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은 내게 있어 신비롭고 성스럽게 까지 느껴졌고,
특히나 속칭'모태신앙'으로 종교에 대해 막연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던 내게,
그 모습은 너무나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런 나머지 무례함도 잊은 채,
그 모습을 한참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평생을 믿고 다녔던, 교회, 기독교인인 나는 과연 그들 만큼
일상생활 속에서 신과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어찌하여 그들은 이 먼 타국의 땅까지 와서도 여전히 메카를 향하는가?'
그때부터 나는 이슬람교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가지기 시작했다.
교리적인 것이나, 종교적인 얘기를 더 할 생각은 없다.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거니와, 문외한인 내가 함부로 언급하기에는
다소 무겁고 복잡한 주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삶의 방식, 그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신과 가까이하는 그 삶의 자세는 참으로 훌륭하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저 일요일에나 의무적으로 교회를 나가는 내가 부끄럽게 느껴질 만큼 말이다.
이제는 그 동네도 제법 오래 다녀, 나름 익숙한 광경이 되었지만,
여전히 오후 두 시가 조금 넘은 시각
그늘진 골목 어귀에서 그들이 홀로 엎드려 드리는 기도 '살라트'는
내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혹시라도 동대문의 동아시아 거리, 러시아 골목을 방문하게 된다면,
구석진 어귀에 그들이 경건히 드리는 살라트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이국적이고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맡을 수가 있을 텐데,
그것은 '살사'라고 불리는 고기빵이 나올 시간이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혹시 이 냄새를 맡게 된다면 한 번쯤 사 먹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참고로 굉장히 기름지기 때문에, 식었을 때나, 배부를 때 먹으면 정말 맛없고, 체하기 쉬운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