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ㅇㅇ아, 너 카렐 차페크 알아?"
다음 달 일본을 갈 일이 생겨, 일본을 자주 오가며 일을 하는 친구에게
이런저런 명소들을 추천받으려 전화 통화를 하던 중이었다.
'카렐 챠페크' 생소하지 않다. 분명 많이 들어본 단어인데,
어디서 이 단어를 접했는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나는 생각에 잠겼다.
"몰라?, 일본에 유명 티 브랜드야, 매장 가봐!, 되게 아기자기해!"
"카렐 챠페크 차들 집에 좀 있는데 줄까?"
곰곰이 생각에 잠긴 끝에 깨달았다.
'카렐 챠페크' 내가 언젠가 읽었던 책의 저자.
하지만 그 책은 전혀 차와는 관련 없는 공상 과학(SF) 작품이기에,
그 작품과 그 저자 '카렐 챠페크' 그리고 티 브랜드의 이름을
머릿속으로 연결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아 그래주신다면 저야 정말 감사하지요!"
그렇게 통화를 끝내며, 내 방 책꽂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RUR'이라고 커다랗게 쓰인 노랗고 큰 책에 시선을 멈추고
그 책을 꺼내어 먼지를 털어 냈다.
"찾았다!"
역시, 내 생각대로 '카렐 챠페크',
바로 내가 한때 참 좋아하던 SF작품 RUR, '로슘의 유니버설 로봇'의 작가 이름이었다.
이 작품은 100년이나 더 된 1920년대 쓰여진 참으로 오래된 작품으로,
미래사회를 그려낸 공상과학 SF 작품이다.
허나 현제 작품이 쓰인 지 100년이나 흘렀기에,
본 작품에서 얘기하던 미래가 2025년 현제에서는
그다지 머지않았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만큼 지금 읽어도 현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또한 이 작품은 '로봇'이라는 단어를 대중문화에서
공식적으로 처음으로 사용된 작품이라고 하니,
그만큼 가치가 있는 작품 임은 틀림없을 것이다. (물론 재미도 있다.)
엄청나게 짧게 내용을 요약해 보자면,
미래의 어느 날 모든 노동력을 로봇으로 대체한 인류는
그로 인해 인간들은 나태해지고 점점 출산율이 떨어지며,
결국에 인류는 멸종하고 진화된 인류로써 로봇만이 남는다는
뭐 그런 내용의 작품이다.
희곡 작품인 만큼 다양한 인물들과 사건들의 서사가 얽혀있지만,
다 생략하고 엄청나게 줄여 말해보자면 이 정도 아닐까 싶다.
어떤 이유에서 티 브랜드의 이름을 '카렐 챠페크', 그의 이름을 따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용으로 미뤄봐서 적어도 이 작품 때문은 아닐 것 같다.
아쉽게도 그의 작품 중 내가 읽어본 작품은 이 작품 밖에 없다.
내가 그에 대해 혹은 그의 작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면,
이 티 브랜드의 네이밍을 이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현제로써는 그 브랜드 네이밍의 의도는 나로서 알 길은 없다.
다만, 작품에서 얘기하듯 많은 부분이 로봇으로 대체된 미래가 온다면,
언젠가는 아니 조만간에는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로봇이 우려 주는 차를 마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근데, 차를 우려 주는 로봇이라고 하면, 그건 그냥 자판기 아닌가?"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게 있겠지만, 이 작품
'로숨의 유니버셜 로봇'은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읽어 보시길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