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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생 Apr 03. 2024

"그대 눈동자에 건배"

07 책 <그대 눈동자에 건배> 감상문


제목만 들었다면 로맨스 작품 같기도 하고, 혹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마도 고전 영화 <카사블랑카>의 대사를 떠올리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은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유명한 미스터리 추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코'의 작품으로 미스터리, 추리, 공상과학 등등 9개의 단편작품들을 엮어놓은 단편집이다. 

<그대 눈동자에 건배를>은 이 9개의 단편 중 5번째 단편의 제목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이 작품을 그다지 재밌게 읽진 않았으나, 3일 만에 9개의 단편을 모두 읽어 내렸기 때문에, 그 몰입감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신없이 읽어 놓고 재미없다고 평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아마 내가 이렇게 평하게 된 연유로는 허무맹랑한 스토리나 다소 허무한 결말에서 비롯 됐으리라 생각한다.

이 9개의 단편을 모두 얘기하기에는 너무 불량도 많고 무엇보다 그다지 할 말이 없는 단편들도 있어서 그중에 재미있게 읽었던 단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를 얘기해 볼까 한다.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주인공'쿠로스'는 최근 잘 나가는 배우이다. 하나 그에게는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 

바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 연상의 여인, 작가'야요이'와 교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이 업계에서는 유명한 사람이다. 작가로서의 실력은 물론 이요, '신인 킬러'라는 악명으로도 유명했다.

일찍이 '쿠로스'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 신인 배우들이 성공을 위해 그녀에게 접근, 교재 했으나, 그녀와 결별하게 되면, 그녀는 자신의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 철저하게 밟아, 다시는 배우로서 재기하지 못하도록 했다.

예외는 없었다. 이것이 그녀를 '신인 킬러'리고 불리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쿠로스'역시 그런 그녀와 성공을 위해 교재를 선택했지만, 나름 유명세를 얻은 지금 그녀와 헤어지기 위해 궁리한다. 그런 '쿠로스'는 '야요이'와 결별하기 위해 최악의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바로 '살인'이다.

자살로 위장한 살인, '쿠로스'의 계획은 나름 완벽했으나, 이미 '야요이'는 그의 계획을 간파하고 있었다.

아니, 야요이는 마음이 식은 그를 시험해 보는 한편 '쿠로스'가 '살인'이라는 방법을 동원하도록 오래전부터 준비해 두었었다. 그런 사실은 까맣게 모르는 '쿠로스'는 결국 살인계획을 크리스마스에 실행하고 만다.

하지만 그는 몰랐을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는 복수를 준비했고, 그의 살인으로 시작되어 그녀의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완벽한 복수극이었음을...


결국 야요이의 자살로 준비했던 모든 알리바이와 증거들이 깨지면서 '쿠로스'는 법의 신판을 받게 된다.

배우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완전히 파멸시킨 것이다. 이렇게 '야요이'의 복수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자축할만한 당사자 역시 더 이상 존재 하지 않는다.



작품의 표면상으로는 '야요이'는 참 독하고 무서운 사람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조금 특이한 사항이 있다. '야요이'가 '신인 킬러'로 불리던 이유는 그와 결별한 배우들을 업계에 다시는 발 붙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반면 '쿠로스'에게만큼은 자신의 자살로 완성되는, 업계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완전히 파멸시키는 아주 독한 계획을 기획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별의 방법으로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쿠로스'에 대한 원한도 있었겠지만,

이미 일찍이 그 계획을 알고 있던 그녀가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가며 극단적인 복수극을 

기획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어쩌면 그녀는 '쿠로스'를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그에게 받은 상처와 배신감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던 것은 아닐까?

그가 끝끝내 '살인'이라는 방법만은 택하지 않길 바랬던 것은 아닐까? 

극단적인 복수극을 기획했지만, 실현되지 않길 바란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 접근하는 남성들과 업계에 환멸을 느낀 것일지도...


이 부분이 나에게 아직도 미스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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