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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사대제 Feb 22. 2024

악마들의 전쟁: 이스라엘 Vs. 팔레스타인 10

유대와 아랍의 끝없는 분쟁

표지 사진: 현대 예루살렘 시가지의 전경, 사진 오른편 중간쯤에 성전산의 모습이 보인다. 예루살렘은 아브라함의 세 종교(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공통된 성지이다. / 출처: Wikipedia, <Jerusalem>





제 8 장  팔레스타인 지역의 평화를 위한 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전쟁으로 비화해 한참 불을 뿜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를 논한다는 것은 일견 어처구니없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평화의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팔레스타인 분쟁이 난제 중에 난제인 이유는 그 바탕에 종교적 갈등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유대와 아랍 두 민족은 각자 종교적 신념에 따라 서로를 철저히 부정하고 배격한다.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그 뿌리가 같으나 상대방의 교리를 인정하는 것은 곧 내 종교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 되므로 양측은 결코 상대방을 용인하지 못한다. 


팔레스타인 분쟁의 시발점이 된 이스라엘 건국을 바라보는 양측의 견해 또한 극명하게 대립한다. 유대인에게 이스라엘 건국은 정당한 민족주의의 발현이자 신성한 종교적 믿음의 실천일 뿐이다. 그들은 이민족의 숱한 박해를 피해 조국에 돌아왔을 뿐 결코 남의 땅을 강탈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그들이 나라를 세운 가나안(Canaan: 팔레스타인 및 남시라아의 옛  지명)은 신이 유대인에게 내린 약속의 땅이 아닌가. 


반면, 아랍인들은 팔레스타인 분쟁은 서방 세력을 등에 업은 유대인들의 침략과 점령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이스라엘이 멸망하는 것이 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이슬람을 신봉하는 아랍인들에게 이스라엘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아랍인들은 상종하지 못할 이슬람의 적 유대인들이 세운 나라 이스라엘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아랍인에게 유대인과의 평화공존이란 있을 수 없다. 그들은 오직 이스라엘의 멸망만을 바랄 뿐이다. 이처럼 뿌리 깊은 종교적 편견은 끊임없이 서로를 향한 증오와 불신을 부추겨 유대와 아랍 두 민족을 극한의 대립과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

      

팔레스타인 분쟁은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은 그르다는 식의 흑백논리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해 서로 상대편 못지않은 연고와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책은 어디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두 민족의 분쟁이 종교에서 시작되었으니 해결책 역시 종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되려면 유대와 아랍 양측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지난날의 원한을 모두 잊고 화해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두 민족이 진정으로 화해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두 민족 공히 뿌리 깊은 종교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고 그동안 쌓인 원한의 골 또한 너무나 깊기 때문이다. 


두 민족은 똑같은 하나님을 믿는다. 양측은 같은 신을 향해 평화와 안녕을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그러나 난감하기 만한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대적 권능을 지닌 신은 오로지 묵묵부답이다. 그것은 신이 인간사에 무심하기 때문이 아니라 어리석은 인간이 신에게 그릇된 기도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 민족은 같은 신을 향해 서로 상대방을 제압할 힘과 용기를 달라고 기도한다. 신이 종교인들이 주장하는 대로 진정으로 정의롭고 자비롭다면 신은 이따위 사악한 기도를 들어줄 리 만무하다. 만약 두 민족이 저주 대신에 내가 먼저 상대방을 용서하고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와 용기(용서는 진정으로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다.)를 달라고 기도한다면 신은 결코 그 기도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신은 인간을 차별하지 않는다. 신은 민족에 상관없이 모든 인간을 골고루 사랑하신다. 종교의 차이를 만든 것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다. 종교의 다름을 이유로 살육과 파괴를 자행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저지르는 최악의 대죄일 것이다. 


691년 당시 팔레스타인을 지배하던 우마이야 왕조(Umayyad dynasty, 661~750)의 제5대 칼리파 아브드 알 말리크 이븐 마르완(Abd al-Malik ibn Marwan, 647~705)은 예루살렘 성전산(聖殿山, The Temple Mount: 유대인들은 이곳이 아브라함이 신의 계시를 받고 그의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받치려 했던 모리아 산(Moriah Mount)이라고 믿는다. 현재 바위 돔 사원 안에 있는 성스러운 바위는 아브라함이 제단으로 삼은 바위라고 한다.

 

왼편: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종교별 구역도, 오른편: 예루살렘의 성전산 전경 / 출처: Wikipedia, <Jerusalem>


솔로몬 왕이 예루살렘 성전산에 건설한 유대교 성전 모형(예루살렘 소재) / 출처: Wikipedia, <Jerusalem>


16세기에 그려진 무함마드의 '밤의 여행' 그림 / 출처: Wikipedia, <Isra' and Mi'raj>

솔로몬 왕은 성전산 위에 유대교 성전을 짓고 언약궤를 모셔두었다. 솔로몬 성전은 B.C. 586년 바빌로니아의 침략으로 파괴되었다. 훗날 헤롯 왕이 성전을 재건하였으나 A.D. 70년 로마의 침략을 받고 또다시 파괴되었다. 유대인들이 영혼의 고향이라 여기는 시온(Zion)은 성전산의 이칭이다.) 정상 유대교 성전이 있던 자리에 무함마드의 ‘밤의 여행(al-’Isrā’ wal-Mi‘rāj: 꾸란과 하디스의 기록에 의하면 621년 한밤중에 무함마드는 지브릴 천사의 인도로 부라크(Buraq: 날개 달린 백마)를 타고 메카에서 예루살렘으로 날아와 성전산 성스러운 바위 위에서 승천해 알라를 직접 만나 계시를 받고 지상으로 귀환하였다고 한다. 


이 모든 일이 하룻밤 사이에 이뤄졌다고 하여 무슬림들은 이 사건을 '밤의 여행(The Night Journey)’라고 부른다.)’을 기리는 바위 돔 사원(The Dome of the Rock, Masjid Qubbat As-Sakhrah)을 세웠다. 이 사원은 메카의 알 카바 사원(Masjid al-Haram), 메디나의 예언자 사원(Masjid al-Nabawi)과 더불어 이슬람 3대 성지 중 한 곳이다. 


왼편: 예루살렘 성전산의 바위 돔 사원, 오른편: 예루살렘 성전산의 알 아크사 사원 / 출처: Wikipedia, <Jerusalem>


예루살렘 성전산의 서쪽 기단부의 '통곡의 벽(Wailing Wall)', 유대인들은 이곳을 유대교의 성지로 여긴다. / 출처: Wikipedia, <Jerusalem>


혹자는 유대인들이 성지로 여기는 성전산에 아랍인들이 마스지드를 지은 것을 두고 미래의 대재앙을 불러올 분쟁의 씨를 뿌렸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어쩌면 유대교 성전 터에 이슬람 마스지드가 들어선 것은 유대와 아랍 두 민족의 화합과 공존을 바란 신의 뜻이 아니었을까? 신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무지몽매한 인간들이 신의 이름을 빌어 신이 축복한 땅을 젖과 꿀 대신에 피와 눈물이 흐르는 생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Singapore)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싱가포르는 여러 민족이 뒤엉켜 사는 다민족 국가답게 그 문화 또한 매우 다양하다. 시내엔 기독교 교회 바로 옆에 중국 도교 사원이 있는가 하면 길 건너편에 힌두 사원과 이슬람 마스지드가 마주 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왼편: 싱가포르의 Marina Bay Sands의 야경, 오른편: 싱가포르의 상징 Merlion / 출처: Wikipedia, <Singapore>


금요일엔 아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일요일엔 교회 종소리가 들린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크리스마스(Christmas)와 라마단(Ramadan)을 차별하지 않고 다 같은 국가적 축제로 여긴다. 싱가포르에서는 일체의 갈등이나 충돌 없이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를 가진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간다. 


다른 종교의 화합과 공존은 비단 현대 싱가포르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이슬람이 최전성기를 구가했던 압바스 왕조(Abbasid dynasty, 749~1258) 시절 바그다드(Baghdad)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바그다드 시내엔 이슬람 마스지드뿐만 아니라 유대교 회당, 기독교 교회가 함께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 <Aladdin>(2019)의 스틸 사진, 8세기 바그다드 시장 거리에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바그다드의 거리엔 멀리 중국에서 온 구법승(求法僧)들이 거닐었다. 어째서 과거 압바스 왕조 시대 바그다드에선 가능했던 일이 그리고 현대 싱가포르에서는 누구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이 지금 팔레스타인에서는 실현될 수 없단 말인가.

     

종교의 정통성과 땅에 대한 소유권을 놓고 벌어지는 유대와 아랍 두 민족 간의 갈등과 반목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 즐겨 들었던 옛날이야기 한 편이 떠오른다. 


옛날 옛적에 산골에 사는 김 서방과 어촌에 사는 이 서방이 만나 해가 뜨고 지는 곳에 대한 논쟁을 벌였다. 산골에 사는 김 서방은 해는 저녁에 산골짜기에 숨었다가 아침이 되면 다시 떠오른다고 주장했고, 어촌에 사는 이 서방은 해는 밤 동안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가 아침에 다시 뜨는 것이라 주장했다.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의 주장이 옳다며 싸움을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인간의 무지와 어리석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늘도 어김없이 아라비아의 사막 위로 찬란한 태양이 떠오른다.  

           

두바이 사막의 일출 @ Klook





                           참고 문헌          




국내 저자     


1. 공일주, <<아랍의 종교: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 세창출판사, 2013

     

2. 김재명,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 전쟁은 이미지가 아니라 현실이다>>, 프로네시스, 2009     


3. 나종근 옮김, <<꾸란>>, 시공사, 2003     


4. 안영민, <<지도 위에서 지워진 이름, 팔레스타인에 물들다: 어느 평화주의자가 만난 팔레스타인 사람들>>, 책으로 여는 세상, 2010     


5. 이원복, <<가로세로 세계사 중동 : 화려한 이슬람세계를 찾아서>>, 김영사, 2007     


6. 장병옥, <<중동 분쟁과 이슬람>>,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9     


7. 최창모, <<기억과 편견>>, 책세상, 2004     


8. 한국이슬람학회 지음, <<끝나지 않은 전쟁>>, 청아출판사, 2002     


9. 홍미정, 서정환, <<울지마, 팔레스타인>>, 시대의창, 2012                



해외 저자     


1. 노먼 핀켈슈타인 지음, 김병화 옮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이미지와 현실>>, 돌베개, 2004     


2. 노르만 핀켈슈타인 지음, 신현승 옮김, <<홀로코스트 산업: 홀로코스트를 초대형 돈벌이로 만든 자들은 누구인가?>>, 한겨레신문사, 2004     


3. 노아 플룩, 마틴 쇼이블레 지음, 유혜자 옮김, <<젊은 독자를 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 청어람미디어, 2016     


4. 노암 촘스키 지음, 최재훈 옮김, <<숙명의 트라이앵글>>, 이후, 2008     


5. 노엄 촘스키 지음, 송은경 옮김, <<중동의 평화에 중동은 없다: 미국의 對테러정책에 관한 촘스키 보고서>>, 대한교과서, 2005     


6. 다테야마 료지 지음, 유공조 옮김, <<아랍 Vs.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가람기획, 2002     


7. 랄프 쇤만 지음, 이광조 옮김, <<잔인한 이스라엘>>, 미세기, 2003     


8. 로이터 통신 지음, 최정숙 옮김, <<로이터 통신의 팔레스타인 리포트: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미래의창, 2002     


9. 마크 A. 가브리엘 지음, 4HD 옮김, <<이슬람과 유대인: 그 끝나지 않은 전쟁>>, 글마당, 2009     


10. 모니카 그뤼벨 지음, 강명구 옮김, <<유대교: 한눈에 보는 유대교의 세계>>, 예경, 2007


11. 아리 샤바트 지음, 최로미 옮김, <<약속의 땅 이스라엘: 고난에 찬 유대 민족 100년의 부흥 분투기>>, 글항아리, 2016     


12. 오드 시뇰 지음, 정재곤 옮김,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의 독립은 정당한가>>, 웅진씽크빅, 2008      


13.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팔레스타인 현대사: 하나의 땅, 두 민족>>, 후마니타스, 2009     


14. 조 사코 지음, 정수란 옮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 글논그림밭, 2012     


15.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팔레스타인>>, 글논그림밭, 2002     


16.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 이건식 옮김,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북이십일, 2010     


※ 파란색으로 표시된 책은 추천도서입니다. 관심 있는 독자들은 찾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완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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