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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이미 Apr 18. 2024

사라진 일주일

과학선생님인 김 선생

샌님 같은 선생.


우리는 또래였고  같은 학년을  맡아

꿈 많던 시절을 학생들과 같이 보내는 것이

사명이라 여기던 때에  만났다.


이상과 현실을 노래하며

그 괴리에 괴로웠던 젊은 날이었지만

마음이 통하며 맘껏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던

순수한 시절이었다.


교직에 들어와 이세 교육에 청춘을 받치기로

우리는 의기투합한 총사였다.

일반사회, 과학, 어문,한국사


자세히 보면 어울릴  같지 않았지만

서로 잘 어울린다고 착각하며 살던  

허심탄회하게 부끄럽지 않게  스스로 개인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성장과 학업에 대해 이야기하며

배려와 공감과 상호존중의 분위기여서

힘든 교육현실에도 서로 버팀목이 되었다.


현실의 잘못된 것에 대해  영합하지 않는 고집을 서로 칭찬해 주며 동료라기보다 오랜 친구처럼 친해졌다,


국립사범대 과학교육과를 졸업한 김선생은

작은 체구에 순수하며 무척 내향적이었지만

뉴턴의 사과를 이야기하며 손수 교정에

나무를 심기도 하고  매우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었다.


"남자들은 화장실 들어갈 때 손을 씻어야 한다."

강하게 주장하던 사람이기도 했다.


자신이 말한 것에  우리의 얼굴이  다소 붉어지면

김 선생은 석양처럼 더욱더  붉다 못해 검어졌었다.


그러던 그가

장학사 내교 한다고  학교 대표로

수업공개를  해야 한다고 결정난 그때.

김선생은  그 전날  오후 실내화만 고스란히 벗어놓은 채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집에서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고

무단결근이  사흘째  계속되고

교무실은 온통 그의 화제로  꽃이 피었.


우리는 그에 대해 겉만 친하지 않았냐는  시선과  지인에 대한 무관심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힌 죄인처럼

숨을 죽이고 있어야만 하던  힘없던 시절이었다.


소심한 김선생은 나흘이 지나도 종무소식이었다.


김선생의  여자 친구도 찾아오고 여자 친구조차도 그의 자취와 향방에 대해 몰라 걱정이 최고조에 다달을 무렵

사람들은  소설쓰듯 치정이니  금전이니  교통사고니 하며 마구 픽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큰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지금 같으면 위치 추적이라도 할 수 있지만

그때 휴대폰이 없던  시절!

답답한 마음으로 우리는 김 선생을 기다렸다.


그는 일주일 후 나타났다. 수염을 깎지 않은 초로의 모습이 되어서. 아무도 그에게 그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조심스럽기만 했으니까.


김 선생은 우리 삼총사에게 다가와

한잔  사달라고 했다. 그래서 주저 없이 허락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오거리의 단골 식당에 만났다.

김 선생의 사라진 일주일은 절대적인 금기사항이었다.


모두 침묵한 채 우리는 죄없는 소주만 마셨다.

그가 소주 4병을 마시고 한 말


"수업 공개가 아주 싫었다고. 그래서 숨었다고"


우리는 내성적인 그가 받았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며

경청만 하면서 소주잔을 채워 주었다.

왜 그랬냐고 묻지 않았다.


 다음 날 그는 학교를 사직하고 떠났다.

그가 심은 사과나무는 잘 자라나고 있을거야.

묵묵히 고개 숙이고 고뇌하던 김선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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