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희준 Mar 09. 2024

75화. 작전 (2)

<흑마법서> 소설 연재

 “흑마법서?”


 혜성의 말에 옆에 있던 박준식이 대답했다.


 “오늘 아침에 흑마법서가 완성되었습니다.”


 “네? 진짜요?”


 혜성은 깜짝 놀랐다.


 “네. 저희도 방금 서점에 들어온 후에야 알게 됐습니다. 서점의 마법 시스템이 주문에 마력을 부여하는 작업을 오늘 아침에 끝냈다고 합니다. 이제 완성된 거예요.”


 “와우, 드디어 흑마법서를 만들었구나! 축하해.”


 여왕이 혜성의 등을 두드렸다.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아쉽다.”


 혜성이 물었다.


 “그럼 지금 그건 어디 있어요?”


 이태민이 대답했다.


 “성 지하에 있습니다.”


 “자, 여러분, 중요한 건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구름이 손뼉을 쳐서 사람들을 집중시켰다.


 “저는 아까 깨어나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모두 듣고 흑마법서가 완성되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어요. 바로 흑마법서를 사용해서 연방의 인드라망을 공격하는 겁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혜성이 물었다.


 “사장님이 여왕 폐하를 어떻게 만나신 건지 기억하시죠?”


 “네. 이무기를 죽여서......”


 “그럼 그 이무기가 왜 탈출했는지도 기억하십니까?”


 그 말에 혜성은 눈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예전에 어떤 테러범이 소화의 인드라망을 공격하는 바람에 제국의 군사연구시설에 갇혀 있던 이무기가 깨어나서 탈출한 거잖아요.”


 “그렇죠. 우리도 같은 방법을 쓰는 겁니다.”


 여왕이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김구름은 몇 번 기침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때 그 테러범은 제국의 인드라망 관리 시설 중 한 곳에 잠입해서 적마법서를 이용해 제국의 인드라망을 손상시켰습니다. 하지만 그 테러범이 몰랐던 사실은, 인드라망 전체를 파괴하거나 초기화하기 위해서는 적마법서로는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인드라망의 일부를 손상시켰을 뿐이었죠.


 우리도 그 테러범이 했던 것과 똑같이 하는 겁니다. 사장님이 만드신 흑마법서를 가지고 연방의 인드라망 관리시설에 들어간 뒤, 흑마법서를 이용해서 인드라망 전체를 우리가 조종할 수 있게 변환시키는 겁니다.


 아시겠지만 현대 국가에서 군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인드라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연방의 인드라망을 조종하게 된다면 연방 전체의 군대를 조종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물론 수도, 전기 등의 생활시설은 계속 돌아가게 하면서 서점을 공격하는 군대를 정지시키는 거죠. 그리고 태백산맥 지하도시의 문을 열고 노예들을 풀어주는 것이고요.”


 방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사람들의 반응을 기다리던 김구름이 물었다.


 “어떤가요?”


 여왕이 입을 열었다.


 “제가 마법사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는데, 혜성이가 쓴 마법서를 이용해서 인드라망을 조종하는 게 가능한가요? 혜성이가 쓴 흑마법서는 문학작품을 창조하는 데 사용될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잖아요.”


 “흑마법서와 적마법서는 제작 목적에 상관없이 인드라망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할 수 있습니다. ”


 김구름이 자신 있게 말했다.


 “잠깐만요, 그렇게 하면 흑마법서가 파괴되는 거 아니에요?”


 혜성이 물었다.


 “제국의 인드라망을 공격했던 테러범이 사용한 적마법서는 완전히 파괴됐잖아요.”


 그 말에 김구름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적마법서라서 그런 겁니다. 흑마법서는 절대 파괴되지 않습니다.”


 “정말요?”


 “물론이죠. 흑마법서는 기본적인 속성상 인드라망에 연결한다고 해서 파괴되지 않아요.”


 하지만 혜성은 여전히 불안했다. 어떤 마법서가 파괴된 후에는 그 마법서에 쓰인 주문에는 다시 마력을 부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파괴된 마법서의 주문은 다시는 책으로 만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주문을 쓰는 법만 알았지 인드라망의 속성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 때문에 김구름의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가 또 있는 것 같습니다.”


 영의정이 말했다.


 “우리는 지금 서점 안에 갇혀 있는 상황인데, 연방의 인드라망 관리시설까지 어떻게 접근하죠?”


 영의정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그들이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혜성이 벌떡 일어났다.


 “방법이 있어요!”


 모두가 혜성을 쳐다봤다.


 “태초함을 소환하면 돼요!”


 “태초함이라면......”


 영의정이 물었다.


 “초고대의 매려인들이 만든 최종병기 함선 말인가요?”


 “맞아요. 그걸 소환해서 타고 가는 겁니다.”


 “공자님, 태초함을 소환하려면 매려 왕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문신의 주문이 있어야 하는데......”


 “제가 그 문신을 기억해요.”


 혜성이 말했다.


 “제가 하선을 만난 적이 있잖아요. 그때 전 그 사람의 등에 있던 문신을 봤어요. 그리고 저는 그 문신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 말에 여왕이 눈을 치켜떴다.


 “그게 정말이야? 그걸 기억하고 있다고?”


 “물론이지.”


 “사진을 찍은 것도 아니고, 한 번 본 걸 어떻게 기억하는 거야?”


 “굉장히 특이한 주문이었거든. 그리고 난 마법사잖아. 그 정도는 기억할 수 있지.”


 여왕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 기억력이 정말 좋구나.”


 “오, 그렇다면 일이 한층 수월해졌군요.”


 김구름이 말했다.


 “사장님, 정말 그 주문을 완전히 기억하고 계십니까?”


 “네, 확실해요.”


 “그럼 그 주문만 있으면 함선을 소환할 수 있는 건가요?”


 김구름의 물음에 여왕이 대답했다.


 “주문만으로는 안 되고, 매려 왕가의 마법사들이 주문을 가지고 소환 의식을 치러야 해요.”


 “그 마법사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우리와 함께 서점 안으로 들어왔죠.”


 “그럼 서점 안에서 함선을 소환할 수 있는 건가요?”


 “아마 가능할 겁니다.”


 혜성이 물었다.


 “근데 태초함은 초고대에 만들어진 함선인데 매려의 마법사들이 조종할 수 있을까?”


 여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할 거야. 그래야만 해.”


 그들은 계속 의논을 하며 작전의 세부 사항을 만들어나갔다. 김구름이 말했다.


 “연방 인드라망의 중앙 관리시설로 갑시다. 그곳에 접속해야 연방 전체의 인드라망을 완전히 조종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뒤 그곳에 있는 인드라망의 핵심부에 들어가서 김구름이 흑마법서를 이용해 인드라망의 암호를 뚫고 들어간다. 그렇게 해서 인드라망의 조종권을 획득하면, 그 즉시 태초함에 타고 있던 매려의 마법사들이 인드라망과 태초함의 시스템을 연결해서 연방의 군대를 멈추는 것이다. 이상이 그들의 작전이었다.


 “그게 될까?”


 박준식이 의심쩍다는 듯 물었다.


 “지금으로서는 그거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잖아.”


 이태민이 대답했다.


 “잠깐만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어볼게요. 정말 흑마법서가 파괴되지 않는 게 확실해요?”


 혜성이 물었다.


 “확실합니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김구름이 자신 있게 말했다.


 “정말이죠?”


 “정말이에요.”


 “좋아요, 이사님이 그렇게 말하시니 믿어봐야죠.”


 혜성은 불안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그 문제는 알겠습니다. 그리고 있잖아요,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게 있어요. 우리가 만약 작전에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의 체제가 바뀌고 거의 모든 국민이 태백산맥에서 붕새의 뼈를 캐는 노동을 하게 될 텐데, 이런 일을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우리끼리 결정해도 되는 걸까요?”


 “원칙적으로는 잘못된 일이지.”


 여왕이 말했다.


 “민중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평등을 위한 혁명을 하는 게 옳은 일인가, 지금 넌 이걸 묻는 거지?”


 “그렇지.”


 “나도 그게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해. 아마 대부분의 인간과 일부 도깨비들은 반대하겠지. 하지만 내 생각을 말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이 일을 해야 해. 지금은 사회적 합의를 거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우리는 절벽 끝에 내몰려 있어. 무엇보다도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야. 우린 먼저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이 일을 해야 하고, 그다음으로는 국민을 노예로 부리고 죄 없는 국민을 살해하려는 정부를 혁파해야 해.


 그리고 사회적 합의는 작전 이후에 해도 늦지 않아. 우리가 인드라망을 장악한 다음에 국민들과 민주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면 되니까. 예를 들면 국민 투표를 하는 식으로 말이야. 물론 나는 태백산맥 노예제를 끝내고 그 노동을 국민 전체의 의무로 전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일단 우리의 생존이 먼저야.”


 “폐하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영의정이 말했다.


 “지금은 우리와 매려 시민들의 생존이 더 중요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공자님께서 태초함의 주문을 제대로 기억하느냐에 달렸지요.”


 “전 제대로 기억해요.”


 혜성은 그렇게 대답한 뒤 여왕에게 물었다.


 “하나만 물어볼게. 만약 우리가 연방의 노예제를 끝내고 전 국민이 평등하게 노동을 분담하게 된다면, 그 노동에는 너도 포함되는 거야?”


 “물론이지.”


 여왕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전 국민이 그 노동을 어떤 식으로 어떻게 분담할지, 구체적인 방식은 다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 하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 어떤 사람도 예외가 될 수는 없어. 내가 노동이 불가능한 장애인이 아니니까 당연히 나와 대신들, 그리고 너도 의무의 대상에 포함될 거야. 평등이란 건 그런 거니까. 일부에게만 좀 더 평등한 건 평등이 아니야.”


 “좋아, 네가 그렇게 대답하니까 안심이 되네.”


 혜성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한시가 급하니 지금 바로 시작하죠.”

이전 14화 74화. 작전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