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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준 Mar 08. 2024

74화. 작전 (1)

<흑마법서> 소설 연재

 매려의 모든 시민들을 불사신 서점 안으로 이동시키자는 혜성의 제안에 대신들은 술렁였다. 하지만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현무 44가 매려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여왕은 혜성의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여왕은 매려 시민 전체에게 불사신 서점으로 도피하라는 비상 명령을 내렸다. 물론 원하는 사람은 도시에 남아도 됐지만 남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매려 시민들 모두가 여왕과 함께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궁전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도시 한가운데에 열린 커다란 차원문 안으로 줄지어 이동했다.


 원래 불사신 서점 지구 지점은 용산에서 사람들을 탈출시킬 때 차원문을 생성하는데 필요한 마력을 다 써버렸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붕새의 여의주가 있었다. 여의주에서 추출한 마력이 흑마법서를 만드는 데 쓴 뒤에도 어느 정도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걸로 차원문을 생성한 것이다.


 혜성과 직원들은 서점의 차원문을 최대한 크게 열어놓고 시민들을 대피시켰다. 노약자를 우선으로 해서 시민들은 침착하게 차원문 안으로 들어갔다. 시민들이 모두 대피하자 마지막으로 대신들과 여왕, 그리고 혜성과 직원들이 차원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차원문을 닫았을 때는 궁전의 방어막이 뚫린 직후였다.


 궁전 직원과 대신들은 혜성과 여왕의 지시대로 시민들을 성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쉬게 했다. 하지만 서점 안의 성은 매려 시민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래서 성 안의 모든 방은 도깨비로 가득 찼고, 성 안에 들어가지 않고 들판을 서성거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몇몇 꼬마들은 아무 걱정 없이 해변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한편 그 사이 서점 직원들과 여왕, 그리고 영의정을 포함한 몇 명의 대신들은 혜성을 따라서 서점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나갔다.


 “이제 불사신 서점도 방어력을 최대한 높여야겠어.”


 혜성이 말했다. 그는 서점의 유리문으로 걸어가서 문을 닫고 유리문 위에 있는 고리를 잠갔다. 그 일을 한 뒤 혜성은 다시 여왕에게 돌아왔다.


 “이제 됐어. 서점은 안전해.”


 여왕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끝이야?”


 “응.”


 여왕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혜성을 쳐다봤다.


 “음, 미안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안전해 보이지 않는데.”


 “아니야. 서점은 이제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어.”     




 그동안 연방군은 양천구 신정동으로 향했다. 그들이 서점 앞에 나타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군인들이 탄 트럭과 탱크가 속속들이 서점 앞에 도착했다. 군인 중 하나가 차에서 내려 서점 앞으로 걸어왔다. 그는 유리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겼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김혜성 사장!”


 그가 외치자 혜성은 유리문 쪽으로 다가갔다.


 “난 연방 육군 사령관이오! 당장 이 문을 여시오!”


 혜성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어요. 당신들이 무기를 사용하고 있잖아요.”


 그러자 사령관은 권총을 꺼내 혜성에게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총알은 유리에 맞고 튕겨나갔다.


 “방탄유리군.”


 사령관이 중얼거렸다.


 그는 뒤로 돌아가 군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군인들이 일렬로 서서 유리문을 향해 총을 겨눴다.


 “발사!”


 사령관의 명령에 군인들은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무수한 총알들은 유리문을 맞고 튕겨나갔다.


 혜성은 자신의 코앞에서 튕겨나가는 총알들을 보며 씩 웃었다.


 “재미있군.”


 여왕도 조심스럽게 혜성의 옆으로 다가왔다.


 “이 유리가 생각보다 단단한가 보네.”


 “그럼. 적어도 놈들이 들어오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


 군인들이 한참 기관총을 쐈는데도 문에는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다. 사령관이 뭐라고 외치자 군인들이 뒤로 빠졌다. 그리고는 탱크가 서점을 향해서 움직였다.


 “어어, 저들이 탱크로 쏘려나 봅니다.”


 대신들 중 한 명이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마세요.”


 혜성이 자신 있게 말했다.


 탱크의 포신이 서점의 유리문을 겨냥하더니 포탄을 발사했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문 바깥은 화염에 휩싸였다.


 하지만 유리문은 여전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혜성은 뒤돌아서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제 아시겠죠? 왜 우리 서점의 이름이 ‘불사신 서점’인지 말이에요.”


 여왕이 감탄하며 말했다.


 “그래서 불사신 서점이구나.”


 영의정이 물었다.


 “현무 44도 막아낼 수 있을까요?”


 “문제없습니다.”


 혜성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용이 와도 끄떡없어요.”     




 공중 함선들은 거대한 레이저포를 다시 밧줄로 묶은 뒤 이번에는 신정동으로 향했다.


 연방군은 매려 성문 앞에서 했던 것처럼 레이저포를 땅에 설치하고 발사 준비를 했다. 공군 대위는 다시 레이저포의 조종석에 앉아 포를 가동했다.


 레이저가 발사되어 유리문에 부딪혔다. 하지만 레이저는 유리문을 녹이지 못했다. 녹이기는커녕 문에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다.


 화가 난 사령관이 고함을 질렀다.


 “출력을 최대로 높여!”


 대위는 그 말에 따라 현무 44의 출력을 끝까지 높였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레이저는 서점의 얇은 유리문에 전혀 손상을 주지 못했다.


 사령관에게 그 사실을 전해 들은 대통령 역시 화를 냈다.


 “그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문을 뚫어! 유리창 하나 깨지 못하고 뭘 하는 거야!”     




 현무 44가 서점의 유리문에 계속 공격을 가하는 동안 여왕과 대신들, 그리고 혜성은 서점 안의 성에서 앞으로의 일을 의논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튼튼한 불사신 서점을 레이저포가 파괴하지는 못하겠지만 수만 명의 시민들을 데리고 서점 안에서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


 그들이 한창 의논을 하고 있는데 이태민이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사장님? 이사님이 깨어났습니다.”


 그 말에 혜성은 벌떡 일어났다.


 “진짜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구름이 박준식의 부축을 받으면서 걸어 들어왔다. 혜성은 달려가서 김구름을 껴안았다.


 “이사님!”


 김구름도 혜성을 안고 등을 토닥였다.


 “사장님,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다 들었습니다.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아닙니다.”


 김구름이 힘없이 웃었다.


 “이 부장과 박 차장에게 전부 들었어요. 듣고 나서 너무 놀랐습니다. 제국과 연방, 그리고 노예제...... 너무 놀랐어요.”


 혜성은 김구름을 부축해서 의자에 앉혔다. 김구름이 물었다.


 “매려의 국왕 폐하와 대신들께서 모두 여기 계셨군요?”


 “맞아요.”


 혜성이 대답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김구름의 물음에 여왕이 대답했다.


 “지금 그걸 계속 의논하는 중입니다. 우린 일단 이곳에서 버티면서 연방과 협상을 하는 방향으로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김구름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말했다.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해도 될까요?”


 “그러시죠.”


 여왕이 대답했다.


 “잘하면 이 상황을 끝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어떻게요?”


 혜성이 물었다.


 “흑마법서를 이용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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