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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 운 Mar 15. 2024

항구의 하늘은 방송이 끝난 텔레비전 색이었다

책 <뉴로맨서> - 윌리엄 깁슨


항구의 하늘은 방송이 끝난 텔레비전 색이었다.


브라운관을 말하는 듯하다. 납작해지고 단순한 모양을 한 요즘 텔레비전을 말하는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할머니 집에 가면 볼 수 있었던 브라운관 텔레비전, 풀벌레 소리가 가득한 시골에서 깜빡 잠에 들어 끄지 못한 이미 끝난 지 오래된 채널에서 지지직 흘러나오던 특유의 화면과 소리를 가진 그 브라운관 텔레비전. 자리에 머문 탓에, 세상이 앞으로 나아간 탓에 여전히 그곳에 있는 브라운관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하늘이 방송이 끝난 브라운관의 색이라는 말은 어쩌면 내게 이해가 된다. 사랑하는 할머니가 작년에 돌아가셨다. 자리에 머문 탓에, 세상이 나아간 탓에 할머니와 할머니의 친구 브라운관은 색이 같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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