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을 깼고, 엄마가 거기에 있었다.

책 <셀프> - 얀 마텔

 

- 나는 잠을 깼고, 엄마가 거기에 있었다.

이상하다. 잠에 드는 일 말고는 잠 뒤에 ~을을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잠을 청하다, 잠을 자다'

격 조사 ~을은 동작이 미친 직접적인 대상을 나타내려 사용하기 때문에 잠에서 깨는 행위에서는 부적절하다. 잠은 나도 모르게 깨는 것이 아닌가.

오늘 새벽 갑자기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깨니 택배를 쾅쾅 내려놓는 소리가 들리고 반려견 바오가 시끄럽게 짖었다. 우리 집은 5층이다. 분명 바오는 수상한 소리에 4층부터 짖었을 터인데, 나는 택배가 던져지는 소리에 잠을 깼다. 아침에 확인해 보니 택배는 내가 언제오나 목 빠지게 기다리던 건조대였다.

소설 속 주인공은 어쩌면 엄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택배를 받고 화들짝 잠에서 깬 것처럼 그도 엄마가 거기에 있기에 급하게 잠을 깬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