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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문목화씨 Sep 06. 2024

에필로그) 벌써 7년...

아내와 20살 차이 나는 절친 이야기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1년이라는 노래가 있다. 브라운아이즈의 데뷔곡으로 장첸이라는 중국 배우가 복싱 선수로 나온 뮤직비디오가 기억이 난다. 멜로디는 물론이고, 나얼의 보이스까지.


아내는 한 학생을 가르친 지 벌써 7년이 되었다. 초등학생이던 학생이 고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다. 7년의 세월 동안 학생도 성장했지만 아내에게는 더욱 큰 의미가 있었던 기간이었다. 공황장애가 가장 극심한 순간에서도 아내는 이 친구와의 손은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으레 하듯 소개를 받고 학생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수학 과목으로 시작을 해서 그렇게 1달, 1년이 지났다. 중학교에 입학한 후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한 학생은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수학부터 시작된 과목이 과학, 도덕, 일본어 그리고 체육에까지 확장되었다.


옆에서 지켜보면 그냥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가 아니라 마치 이모와 조카 같은 느낌도 든다. 중학교를 그만둔 이후로 또래 친구들과의 교류가 적어진 학생을 위해서 같이 쇼핑도 가고 먹을 것도 먹으러 가고 스티커 사진도 찍었다. 일본어에 대한 관심이 둘 다 있어 일본어 시험을 공부하고 같이 응시하기도 했다.


공황장애가 시작한 이후에도 이 친구와의 공부는 계속 유지했다. 의사 선생님의 당부처럼 일상생활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힘들게 버스를 타고 갔었고 버스탈 용기가 없던 날은 택시를 타고 갔었다. 학생을 가르치면서 아내는 잠시나마 공황장애를 잊을 수 있었고 아내가 불안해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네가 학생을 가르칠 때 쓰러지는 게 오히려 좋아. 길바닥이나 밖에서 쓰러지는 것보다 그 친구 앞에서 쓰러지는 게 훨씬 안전해. 잘 대처해 줄 거야."


다행히 아내는 학생과 있을 때 공황증상이 나타나진 않았다. 외동딸에 귀하게 자란 학생은 떼를 쓸 때도 어리광을 부릴 때도 있었지만 아내의 내공은 7년이 지나면서 단단해졌고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할 정도였다. 공황장애의 내공은 아직 5년이니 단단해지고 있는 거겠지?!


처음에는 단순 학습으로 시작한 수업은 점점 학생이 부모님께 말 못 하는 고민거리나 궁금한 것들(예를 들면 사춘기 시절 한창 궁금해하는 그런 거 말이다)을 아내에게 묻고 아내는 본인의 경험을 솔직하게 선생님으로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와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의 인성과 인생에 있어서 아내의 지분도 늘어갔다.


그 아이가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아내는 그 아이를 잘 인도하면서 공황장애로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치 고양이를 키우기 위해 입양한 것처럼 그 친구와 공부하면서 영화를 보면서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아픔을 서로가 위로해 주었지 않았을까?


언젠가는 이 아이와의 관계도 끝이 날 것이다. 빠르면 올해 끝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이 동하는 사이가 되어 버린 둘은 남편이 싫어하는 탕후루를 같이 먹으려고 다시 만나지 않을까? 아이의 연애상담도 같이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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