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문목화씨 Aug 30. 2024

현재 우리는?

양평 산골에서의 마지막 이야기

2024년 현재 아내는 공황장애약 단약을 결심하고 잘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난임전문병원도 잘 다니고 있다. 우리의 계획은 먼저 자연임신을 시도한 뒤에 성공하지 못하면 시험관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우리 부부의 나이도 있고 아내의 공황장애 이슈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올해 안에 빨리 아기를 가지는 것이 목표다.


지난 4월, 바쁜 일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러 양평으로 향했었다. 사실 아내의 배려가 있는 여행이었다. 최근 여러 가지 일이 겹쳐 바쁜 나를 위한 온전한 휴식과 미뤄진 이 글을 마무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양평 산골의 나무와 숲이 보이고 새들의 지저귐이 들리고 매일 아침 아니 새벽부터 닭들이 울어대는 곳에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일본 소설가 하루키의 일상에서 힌트를 얻어 새벽 6시에 일어나 점심인 12시까지 글을 쓰고, 오후 시간에는 조깅이나 요가와 같은 운동을 하고 커피도 마시러 가고 책도 보면서 개인 시간을 보내다가 밤 10시가 되면 자는 일상이다. 3박 4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3일 연속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글을 쓰고 수정하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공황장애 아내와 산다는 것'이 완성되었다.


지난 5년 동안 아내와 같이 공황장애를 이겨내기 위해,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제목 그대로 잘 살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뭔가 노력을 하면 잘 되는 것 같다가도 불쑥 나 보고 싶었어? 이러면서 나타나기도 하는 잊을만하면 다시 나타나는 공황장애라는 녀석.


이런 과정 중에서 병원을 다니고 임신을 준비하는 아내의 노력이 너무 대견스럽다. 그리고 본인과 같이 공황장애를 앓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도 블로그도 기재하고 있다. 우리 부부도 아직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 중이지만 그 중간에 얻은 소중한 경험, 정보를 같이 공유하면서 도움이 되려 하고 있다. 공황장애약을 어떻게 바꿨는지, 단약은 어떻게 진행했는지, 어떻게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지 등


공황장애 아내와 산다는 것은 특별하지 않다. 

그냥 같이 밥 먹고 같이 커피 마시고 같이 드라이브하고 보통의 일상들이다. 다만 언제나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변수는 존재한다는 것! 대신 그 가능성 덕분에 이렇게 글도 쓰고 있고 매일매일 재미있는 일상들이 생겨난다. 하나씩 하나씩 예전 기억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힘들어했을 아내에게 고마움을 남긴다. 지금은 건강해져서 예전의 아픔을 담담히 얘기하는 아내에게. 그리고 장차 '두알이'의 엄마가 될 그녀에게 이 글을 남긴다.


그리고 두알이는 존재 중이다.

이전 15화 아내의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