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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콩대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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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예랑 Apr 18. 2024

내일

12. 영상 24도. 맑으나 공기는 맑지 않다.

"예랑아,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부지런히 써 줘."

  그 말이 아직도 심중에 메아리친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이것뿐이 없어요.' 그 말에 돌아온 것은 '천직이라, 천직이야'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앞날을 생각하면 실로 아득하고도 까마득하다. 암흑이 목전에 당도한 것만 같다. 하나 그것에 대해 아무리 생각한다 한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내일도 알지 못하는 것을.

   하루가 천 년과 같이 느껴질지라도, 결국 바람 불면 날아가는 겨와 같은 일순一瞬이 인생인 것을, 그것을 생각하면 천년의 참담함 속에서도 간혹 감개가 인다. 가만 보면 무상無常, 그것은 참으로 진귀하다. 한편의 기쁨과 한편의 슬픔. 그것은 토해 내는 나의 문장으로부터 오는 것일까, 아니면 생을 위한 빈약하고 번잡한 마음의 일편으로부터 오는 것일까.

  빈 소음이 귓가에 들려온다. 나는 귀를 기울인다. 참으로 이상하다. 아무리 들어 보아도 세상에 공허는 없고, 아무리 살펴보아도 세상에 무의미는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이 무상하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예술은 또한 무엇인가. 예술은 과연 필요必要일까.

  내일도 모르는 내가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나는 다만 모든 의미의 흔적을 남길 뿐이다.





오늘의 추천곡은 Shani Diluka의 Etude No.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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