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영상 22도. 봄이다.
요즘 계속 이상한 꿈을 꾼다. 그러니까, 소설을 꾼다. 꿈속에서 나는 한 편의 소설을 읽듯 꿈을 바라보고 있다. 꿈은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완결된다. 잠에서 깰 즈음이면 서사의 진위에 대해 고심을 한다.
나는 이제껏 평생 꿈을 꿨다. 첫 소설을 쓰면서부터는 꿈에서 이야기를 찾기 시작했다. 꿈결에서 이야기와 비슷한 것이라도 보았다 하면 당장에 모든 것이 덧없이 사라질까 싶어 문장의 바지 자락을 붙들고 늘어졌다. 그것은 내게 한 가지 이상한 버릇을 주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에 적혀 있는 덧없는 문장들이 그것이었다. 첫 책을 낸 후 나는 더욱더 덧없는 꿈들을 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간혹 종이쪽처럼 아침마다 독자들에게 발송되곤 했다. 그러나 근래에 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나는 완전한 이야기를 꾸고 있다.
꿈이란 뒤틀린 것일 뿐이다. 꿈결에 탄성을 자아내도 깨고 나면 언제나 참으로 허탄하고 낯없는 이야기, 이야기라 할 수도 없는 이야기들뿐이었다. 그러나 분명 요즈음 완연한 소설을 꾸고 있다. 상당히 이상한 일이다. 특히나 며칠 전 아침의 일이다. 나는 꿈에서 긴 이야기 한 편을 보았다. 그러고는 비몽사몽간에도 여전히 맺혀 있는 선명한 상을 쫓아 모든 것을 급히 적어 내려갔다. 그 많은 것을 빠짐없이 적고 보니 그것은 여지없이 소설의 그것이었다. 참으로 기이하다. 과연 이야기의 꿈을 꿀 수 있는가. 그러나 이야기는 미완이다. 그것은 꿈이기 때문이다. 꿈. 환상이다. 동이 튼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생생한 환영과 감정을 바라본다. 그러던 중 오래전 선생님의 이야기를 문득 떠올렸다. '삶의 부조리가 우리를 쓰게 하는 것이다.' 그때 선생님은 내게 말씀하셨다. 거침없이 쓰라.
나는 누구이기에 이야기의 꿈을 꾸는가.
오늘의 추천곡은 David Orlowsky & David Bergmüller의 Eileen입니다.
결국 현실이 모든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