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우리들의 여행기(1)
벚꽃이 피는 4월이었다.
평일은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다보니 사실 볼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봄은 꽃 나들이로 테마를 정했다.
우리는 아기를 낳기 전까지, 매년 주말마다 집 근처에 있는 벚꽃을 보곤 했는데 그마저도 평일에 꽃이 다 지고나면 초록색 잎사귀가 돋아난 벚나무를 보러 주말에 나가곤 했다.
아무래도 바람도 쐬고 걸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에게 언제든 나가서 만개한 꽃들을 볼 수 있는 날이 오다니 감회가 새롭기도 했기 때문이다.
분유를 탄 젖병과 손수건, 물티슈, 기저귀, 보온병, 아기 여벌옷, 유모차..를 열심히 챙기고 아기 옷을 입히고 우리도 씻고 옷을 갈아입자...지쳤다.
벌써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나자 극 I 성향의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혼자있고 싶어요'. 한 손엔 아기를 안고 다른 한 손엔 내 뒷목을 질질 끌고서 주차장으로 가는 남편과 함께 오늘도 꽃놀이를 가본다.
꽃놀이를 구경하러 오신 많은 분들 사이에서 우리는 6개월 아기와 어떻게든 사진을 찍어보겠다며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돌아 다니고 구경했다. 힘들면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도 먹고 점심에 무얼 먹을지 얘기하면서.
아기 챙기랴 사진 찍으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만개한 꽃들도, 하늘하늘한 봄 하늘의 바람도, 같이 손잡고 아기를 바라보는 남편도, 무엇하나 내 눈에 이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행복하다고 느꼈다. 고작 몇 달 전, 불꺼진 거실에 앉아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끝이 없을 고뇌에 빠진 채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있던 내가 맞나 싶었다.
분명 항상 즐겁고 행복하고 뜻대로 다 잘 되는 일상은 없을 것이다. 있더라도 매일은 아니겠지. 그 안에 힘들고 어렵고 하기 싫은 순간들이 당연히 있다.
다만, '하루 중에 10분, 1시간, 반나절 이라도 어느 순간, 미소가 지어지고 행복하다 느낀다면 그 순간을 위해 하루를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꼭 모두가 인지하는 대단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나 스스로 하루를 잘 보냈다고 느낀다면, 혹은 하루를 잘 보냈다고 느끼기 위한 작은 행동을 실천했다면 그걸로 나는 만족하기로 했다.
그 만족을 위한 나의 실천이 바로 아기의 잘 먹는, 잘 자는 모습을 보기 위한 나의 행동이다. 때 맞춰 모유도 주고 분유도 먹이고 토닥토닥 재워주고 함께 나들이를 다녀오는 행동들이 나의 만족인 요즘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단점은 잔걱정을 크게 생각하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