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쓴삘 Aug 23. 2024

아파트와 현수막

내가 신랑 따라 이 도시에 온 지도 10년이 다 되어 간다.

낯선 도시라서 멋모르고 정착한 이 동네가 점점 살기 좋아지는 것을 보니 그때 집 하나 사둘걸 후회가 되기도 한다.  지금은 전세금 떼이게 생겼지만. 암튼.


이 동네는 산비탈을 깎은 터에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있었다. 폐가가 많았던 걸 보면 오랫동안 재개발 얘기가 나오는 동네였나 보다 생각했다.

유일한 A아파트가 있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사람들이 왜 그리 부러운지..


그러다가 그 아파트 건너편에 B 브랜드 아파트가 공사를 시작했다. 

A아파트와 일대 상점에 곧장 현수막이 붙었다.

"00 건설 때문에 시끄러워 못살겠다" "00 건설 사장은 즉각 협상테이블로 나와라"

 그렇게 1년 정도 있다가 현수막이 사라지고 B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했다.


그런데, 곧 대단지 C아파트가 공사를 시작했다. 

B아파트에 현수막이 붙기 시작했다. 

"더워도 문 못 연다, 먼지 때문에 숨 못 쉰다" "00 건설은 환경권을 보장하라" 등등.

애들이 묻는다. 아파트를 지을 때는 현수막을 거는 거냐고.


C아파트가 올해 입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공사 중인 D아파트를 향해 "숨 쉴 권리 보장하라, 공해 없이 살고 싶다"등등의 현수막을 얼마 전에 붙이기 시작했다. 


이제 곧 E아파트 분양공고가 뜰 예정이고 내년에는 D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동네가 아파트 천지가 되는구나.

나는 여전히 보증금을 못 받아 이 빌라에 묶여있고.


현수막 걸 일 없이,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이전 12화 하다 보면 하게 되고 얻게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