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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one cm 11시간전

쉿, 너에게만 들려주는 포근한 추억 속 다정한 집밥요리

#2024_37 따뜻한 집밥과 단정한 살림 속 공감에세이



나의 추억 속 음식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 집 앞에 붕어빵 수레가 놓여 있었어요

아직 여름이 멀리 떠나지 못하고 미련을 두고 있는 가을인데

지금은 가을이고 곧 겨울은 꼭 온다는 약속 같아서

엘리,메리와 함께 빨간 붕어빵 수레가 열리기를 손꼽아 기다렸죠

늦은 오후, 잠깐의 가을이 찾아왔던 어느 날, 빨간 수레가 열렸더라고요

메리와 함께 지나가다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말았죠

" 붕어빵 6개 주세요, 팥 붕어빵으로요! "

가을이 그리웠던 어느날 오후, 따끈한 붕어빵으로 작년 가을을 기억해냈어요




가을이 오면 꼭 해야지, 다짐했던 일이 있어요

이케아 원목 트롤리 FÖRHÖJA를 페인트 칠하는 것이에요

습하고 더운 여름 전에 원목 상판을 미리 바니쉬를 칠해두지 못해서 후회했어요

아이들이 쓰던 바니쉬와 사포를 몰래 가져왔어요

정말 오랜만에 하는 페인트칠이네요

예전엔 투박한 용기를 내서 온 집안을 페인트칠 했던 적도 있어요

가구도 리폼한다며 페인트칠을 해서 망쳐놓기도 했죠

그 덕분에 오늘은 잘 해낼 수 있어요



긴긴 연휴가 끝이 나고 아이들도 남편도 제자리로 돌아갔는데 전 아직 머물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복작복작 보냈던 연휴동안 밀려있던 집안일이 아직 저를 붙들고 있어서 그런가봐요

제육볶음 양념 : 고추장 2T, 고춧가루 2T, 설탕 2T, 맛술 2T,  간장(쯔유) 2T, 매실액 1T, 꽃게참치액 0.5T, 양파가루 1t, 다진마늘 1T, 후추 톡톡

모두 집을 나서자마자 정리하고 청소하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안이 텅 비어있어요

아무래도 반찬 좀 만들어놔야겠다

이럴땐 믿는 구석이 있죠, 바로 건나물로 만든 반찬이에요

무말랭이는 말린 정도에 따라 10~20분정도 불려서 물기를 꼭 짜낸 뒤,

무말랭이무침 양념 : 고춧가루 2T, 올리고당 1T, 꽃게참치액 1t,  대파, 간 통깨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라요

호박고지, 고사리, 건취나물 세 가지 한꺼번에 만들게요

호박고지 10분 불리고 고사리와 건취나물은 1시간이상 불려 삶고 20분 이상 두었다가 물기를 짜내요

세 가지 나물 모두 들기름 1T, 국간장 1T, 다진마늘 1T 넣어 조물조물 버무려두어요

쯔유도 1t씩 넣었어요

팬에 기름을 두르고 대파를 볶다가 나물을 볶아요

꼬꼬마 어릴적엔 엄마가 해주는 건나물을 보며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걸까 생각했죠

이제는 문득문득 고소한 들깨가루가 듬뿍 들어간 나물 반찬이 생각나는 나이가 되었어요

정말 다행인건 우리집 꼬마들은 이런 나물 반찬도 참 맛있게 잘 먹죠

아무래도 우리 딸들은 엄마를 안 닮고 아빠를 닮았나봐요

어쩌면 좋아하지 않는데 엄마의 정성이 고마워 맛있는 척 하는 걸지도 몰라요

지금의 내가 어릴적 엄마의 나물 반찬을 떠올린 것처럼

아이들도 언젠가는 내가 만든 달큼하고 고소한 음식을 떠올리게 되겠죠

그렇다면, 성공인데요?


매콤한 불맛이 필요할땐 마지막에 화유를 1t 만 살짝 넣어주면 맛있어져요

오늘 저녁은 이제 걱정없겠어요




집안일을 마치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요

오랜만에 보내는 여유에 필요한건 뭘까요, 바로 커피 한 잔.



어릴 적, 엄마아빠와 놀이동산에 놀러갔던 적이 있어요

피자가 생소하던 시절, 엄마아빠 손을 잡고 갔던 피자가게에서 처음 먹었던 피자는

어찌나 시큼하고 씁쓸하던지, 아마도 처음 느껴보는 맛이었겠죠

피자 한 판을 거의 먹지 못하고 포장해서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

지금은 너무 맛있어서 툭 하면 생각이 나는 피자인데 그땐 왜그렇게 맛이 없었을까요

지난 영상에서 도전했던 잠봉 만드는 건 너무 신기하게도 성공했어요

다음에 수비드 하는 과정까지 영상에 담아볼게요

뭘 먹어도 맛있을 그 시간

요즘 푹 빠져있는 드라마 '엄마친구아들'

빵은 바삭해서 너무 달콤하고, 내가 만든 잠봉도 너무 달콤하고

드라마 속 몽실몽실한 사랑이 또 달콤하다

많은 추억을 함께한 사랑은 더 애틋하겠죠

달콤한 시간이 흘러갑니다



엘리가 좋아하는 돈가스 김밥을 만들어볼게요

돈가스 김밥을 만들려고 하는걸 어떻게 알았는지 추천품목에 돈가스가 보이더라고요

그냥 먹기에는 고기의 두께가 조금 얇은 돈가스인데 김밥싸기에는 적당했어요

기름을 살짝 두르고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해요

돈가스 소스도 넣을거라 밥 양념은 조금 싱겁게 했어요

아이들이 집에 오고 남편이 집에 오면 제일 먼저 묻는 말,

"오늘 점심은 뭐 먹었어?"

아이들 급식메뉴는 아침에 휴대폰 앱 알람이 와서 알게 되는데

남편의 점심 메뉴는 알 수가 없으니 궁금해서 물어봐요

엘리가 무심코 지나가는 말로,

"나는 돈가스 김밥이 제일 맛있더라!"

그렇다면 주부 9단인 엄마가 만들어줘야지!

김밥의 기본은 밥을 잘 펴는 것부터 시작해요. 그래야 예쁜 김밥이 만들어져요

큰 손이던 우리 엄마는 늘 대왕김밥을 싸줬어요

소풍날, 친구들과 도시락을 열면 우리 엄마 김밥이 제일 컸지요

아마 엄마는 맛있는 재료를 사랑하는 만큼 꾹꾹 눌러담아 그랬을거예요

엄마가 된 내가 우리 딸들을 생각하며 꾹꾹 눌러담는 것처럼요

엄마 김밥이 제일 맛있다고 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아이들의 기억 속에도 내 김밥이 사랑으로 남을 것 같아요

비록 점심에 돈가스를 먹은 남편이 저녁에 또 돈가스 김밥을 먹게 되었지만 말이에요

당신의 추억의 음식은 무엇인가요?




이젠 너의 추억 속 음식





영상으로 만나요,

Sweet 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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