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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들 Aug 18. 2024

Vinitus

한국인에게 검증된 맛이 필요하신가요?

한국인 관광객이 매우 많은 도시이니만큼, 스페인의 가장 큰 두 도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는 소위 '한국인 성지'에 해당할 만큼 많은 한국인들로 북적이는 식당들이 몇 군데 있다. 물론 이 식당들이 모두 비단 한국인에게만 유명하다고 보기는 어렵기도 하며, 역사가 오래되었거나, 음식이 한국인의 입맛에 제법 잘 맞거나, 혹은 가성비가 좋은 경우들이 많다. 처음에 해당하는 곳은 마드리드에서 애저(새끼돼지) 요리 cochinillo로 유명한 Sobrino de Botín과 같은 곳이고, 두 번째는 바르셀로나에서 쌀알이 우리나라 밥과 비슷한 느낌이어서 거부감이 덜하다고 유명한 El Glop와 같은 곳이며, 마지막 부류는 보통 가벼운 음식을 팔면서 맛도 괜찮고, 가격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식당들로 마드리드의 양송이버섯 요리가 유명한 Mesón del Champiñón, 마요르 광장 근처에서 오징어 샌드위치인 bocadillo de calamares를 파는 Bar La Campana,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Vinitus와 같은 곳이다.


바르셀로나의 비니투스는 구글맵의 언어설정이 한국어일 경우 "비니투스"라고 한국어로 기재된 가게일 정도로, 한국인들이 많이 찾고 한국어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식당이다. 이곳은 그럼 무엇을 파는고 하니, 다양한 종류의 타파스를 위주로 하는 캐주얼한 식당이라 할 수 있겠다. 어느 시간에 가도 보통 늘 8할의 관광객과 2할의 현지인들이 뒤섞여 붐비는 이곳은 사실 La Flauta라는 그룹에서 운영하는 식당 브랜드 중 하나다. 비니투스 외에 바르셀로나에서 유명한 Cerveceria Catalana 또한 이 식당 계열사 중 하나로, 사실상 메뉴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니, 한번 방문하고 싶다면 둘 중 가깝고 줄이 짧은 곳을 잘 골라 가는 것도 좋은 방법.


메뉴를 시즌에 따라서 바꾼다고는 하나, 대부분 늘 판매하는 메뉴들은 클래식하고 또 한국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메뉴이다. 스페인 살이를 시작할 때, 한국인의 수많은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스페인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꿀대구'를 꼽는 걸 보고 도대체 그게 무엇인지 몰라(그리고 파는 곳도 없어)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있다. 그 유명한 꿀대구가 바로 이곳, 비니투스에서 유명한 메뉴 중 하나다.

Cerveceria Catalana의 꿀대구

사실 이 꿀대구(bacalao a la miel)는 원래 남부지방 안달루시아의 말라가 음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비니투스가 한국인에게 워낙 유명한 가게인 만큼, 이곳에서 맛볼 기회가 많고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친숙해지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달짝지근한 대구가 별로 취향은 아니었기에 꿀대구는 나에게 큰 임팩트가 없는 메뉴이기는 했다. 하지만 부드럽고 크리미한 텍스쳐의 소스(크림은 아니고 올리브유와 와인이 기반이라 무겁지는 않다)를 좋아한다면 무난하게 좋아할 맛이다.


Solomillo con foie,  미니어처 버전에 가까운 사이즈인 Pulpo a la gallega, 감자튀김에 계란후라이를 비벼주는 Huevos rotos


일단 식재료가 신선하고 턴이 워낙 빠른 식당이다 보니, 메뉴가 전반적으로 평타 이상은 한다고 볼 수 있겠다. 타파스의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고까지 할 수는 없으나 또 비싼 가격도 아니며, 후에 언젠가 소개할만한 타페리아들에 비해서도 꽤 많은 메뉴의 가짓수를 자랑한다. 따라서, 다양한 스페인 요리들을 간단하게 '간 본다'는 목적에서 괜찮고 맛도 무난하여 한국인에게 크게 호불호가 없을만한 곳이다.


서버가 와서 비벼주는 huevos rotos는 다른 식당과 달리 감자를 채쳐 튀긴 형태여서 조금 더 과자 같은 식감이 있는 편이다. 일전의 Cazorla 소개 때 말한 것과 같이 구운 새우(gambas a la plancha)는 이곳에서도 당연 맛있고, gambas al ajillo는 마늘맛이 약하다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곳에서는 포션 사이즈도 작고 가격도 부담 없는 편이니 맛볼만하다. 문어요리도 팔긴 하지만, 이건 해산물이나 갈리시아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 큰 사이즈 문어로 제대로 된 걸 한번 드셔보시길 추천한다. 내가 스페인 스타일의 문어요리를 좋아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쯤 간을 보고프다면 나쁘지 않다. 푸아그라를 썩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의외로 맛있게 먹었던 메뉴는 소고기 안심에 푸아그라 구이를 얹은 타파스(solomillo con foie)였다. 까딸루냐 식당답게 이곳은 까딸루냐 지방의 디저트인 crema catalana 또한 갖추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프랑스 디저트인 크렘 브륄레와 아주 비슷한데, 대부분 유럽의 그리고 스페인의 디저트가 그러하듯 아주 단 편이니, 당도는 감안하고 맛보시길.


Croquetas, gambas al ajillo, gambas 구이, 그리고 crema catalana.


스페인이 처음이라 스페인의 다양한 메뉴와 식재료에 대해 내가 좋아할지 아닐지 간단한 인트로가 필요하다면, 혹은 바르셀로나 비니투스가 줄이 너무 길어 이곳을 가보지 못했다면 추천할만하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기에 밥때를 놓쳤거나,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점심 혹은 저녁시간대에 무언갈 먹고 싶다면 또한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드리드 비니투스 또한 Gran Vía에 위치한 만큼 붐비거나 웨이팅이 있는 경우가 있으니, 30분 이상의 웨이팅이 걸린다면 과감하게 다른 타페리아들을 가보실 것을 추천. 도시는 넓고, 맛집은 수도 없이 많다!


Vinitus Madrid https://maps.app.goo.gl/b1RefcPSLHq1Nca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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