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날짜는 한달뒤로 잡혔고, 수술 당일과 다음날은 움직임에 제한이 있을테니 간병인을 고용하길 권하였다. 그러나, 산재환자인 남편의 최저임금 수준의 휴업급여와 간병비로 생활을 하는 우리집에 간병인을 고용할 여력은 없었다. 길어봤자 2주일의 병원생활인데 몇일만 고생하면 간병인은 굳이 없어도 되겠다고 생각했으나, 내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노발대발하며 간병인은 믿지 못하겠으니 본인들이 직접 하겠다고 두팔을 걷으며 나섰다.
"나 무조건 니 똥 오줌 받아내고 만다."
"난 절대 니 앞에서 똥 안쌀거다."
그렇게 수술을 앞둔 두려움과 경제적 궁핍을 잠시라도 잊게 해준 그들에게 감사하는 하루.
선항암 후수술일지, 선수술 후항암일지가 결정되고나면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나는 선수술 후항암이므로 어떤 종류의 수술법이 있는지 설명을 듣게 되었는데,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내가 설명들은 내용을 기반으로 아주 알아듣기 쉽게 나열해 보겠다.
나의 경우는 막 시작되는 초기 유방암으로 한 덩어리가 아닌 다발적으로 발생되는 중이고, 지름 2cm의 여유부분을 더 절제하는 부분절제술을 하기로 했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수술을 하여 환부를 열어보았을 때, 림프쪽에 암이 발견되면 추가로 더 절제하기로 했고, 수술 전 신체 전체를 검사한 후 전이 여부를 확인하고 수술의 방법을 수정하기로 했다. 대개는 수술 중 보호자에게 연락해서 동의서를 받는 것 같던데, 치매가 걸린 내 남편이 그 동의를 하겠으며, 충격이 이만저만 아닌 친정엄마에게 부탁하겠으며, 8살난 딸에게 부탁하겠는가. 그저 여러 경우의 수를 의사와 의논하고 그 경우의 수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해둘 수 밖에.
1. 전절제술
: 유방의 전체를 절제하는 것을 말한다. 암으로 인해 절제해야 하는 부분이 크다면 이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지만 확실한 암의 제거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재건술을 하지 않으면 여성으로써의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함에 빠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1) 피부보존 유방절제술
: 유두와 유륜과 조직을 모두 절제하여 피부로 덮는 것을 말하며 유듀유륜 복원술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2) 유두유륜보존 유방절제술
: 유두와 유륜과 피부를 보존하고 조직만 제거 후 덮어주는 수술.
2. 유방 부분절제술
: 상대적으로 암의 크기가 작다면 부분절제를 할 수 있으나 방사선치료나 항암같은 예방치료는 필수로 해야 할 것 같다.
3. 유방축소술
: 애초부터 유방의 크기가 많이 크다면 암의 발병부위를 제거하고, 반대편 부분도 크기를 맞추기 위해 함께 축소하여 크기를 맞출 수 있다.
4. 광범위 유방전절제술 및 외복사근피판술
: 유방암이 많이 진행되었다면 유방조직과 근처 피부도 함께 제거하고 복부의 근육과 조직으로 피부를 덮어주는 수술을 추천한다.
5. 유방재건술
1-자가조직을 이용한 재건술
: 자가조직의 장점은 자신의 조직이라 부작용이 적고, 재건시 자연스럽다는 장점이 있으나 결과적으로 유방과 피판술을 함께 하는 수술이라 시간이 오래걸리고 절개가 크며, 회복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무모하게 재건술을 택했다. 내가 암환자라는 것을 아직도 인정하지 못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1) 광배근 피판
: 광배근을 잘라 조직을 들어낸 부분에 재건한다. 가슴의 크기가 작으면 상대적으로 유리… 한데... 가슴이 작다는 광고를 하게 되는 것 같아 괜히 의기소침하다.
2) 복직근 피판
: 복부의 복직근을 가지고와서 재건한다. - 피판술이지만, 복부근육으로 하는거라 움직임에 큰 제한이 있을 것 같아 하지 않기로 했다.
2-보형물을 이용한 재건술
: 가슴의 크기가 크면 보형물을 이용하여 재건 할 수 있는데 단점으로는 자연스러움이 덜 하고 크기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한다.
3-자가조직과 보형물을 함께 이용한 재건술
: 잘라낸 부위가 넓다면 자가조직과 보형물을 함께 이용하여 재건할 수 있다.
그래서 유방의 약 1/4를 잘라내는 부분절제술을 하기로 한 나는 평소 운동으로 잘 다져둔 광배근을 이용해 재건술을 하기로 했고, 약 7~10일의 회복기간이 필요할 것이며, 최대 60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수술하기 전 까지 광배근을 키우기 위해 헬스를 집중적으로 하기로 했다. 나에게 슬퍼할 시간이 없었다. 더 빠른 회복을 위한 방법을 고심해야했다. 그러기 위해 돌와줄 사람이 없는 남편을 요양병원에 입원시킬 필요가 있었다. 하필 결혼기념일이다. 건강보험으로 입원하지만, 재활치료는 산재보험으로 받기로 했다. 공동간병으로 이루어지지만 남편이 배회하거나 실종되지 않도록 잘 지켜봐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남편의 상태를 A4용지 두장에 걸쳐 적어두었다. 간호사나 간병인이나 그 누구나 잘 볼 수 있도록 투명한 L자 파일에 넣어 남편의 수납장 위에 비치해달라고 부탁했다. 남편은 시시때때로 기억이 사라진다. 남편의 모든 물건에 커다랗게 남편의 이름을 적은 견출지를 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아둔 곳을 기억하지 못해 또 헤메긴 할 테지만 그래도 병원에 있으니까 반쯤은 안심하기로 했다.
그렇게 남편과는 이별의 결혼기념일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