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필요했던 건, 휴식이 아닌 새로운 자극이었다.
여행은 여행지를 정할 때부터 시작된다. 3년 근속 휴가로 3일이 주어졌을 때, 누구보다 끝내주게 보내고 싶었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일상이 지루하다 못해 일을 스스로 만들어버리는 지경에 올랐다. 광고주의 당연한 수정요청에도 쉽게 분노하며 키보드를 부술 듯이 주먹으로 내려쳤다. 스스로 생각해도 성격이 이상하게 꼬여있을 때쯤, 동아줄처럼 3일 휴가가 주어졌다.
무엇을 할지는 당연히 여행으로 정해졌고, 어디를 갈지가 관건이었다. 주말에 붙여 쓰는 것은 무관하나, 연차를 추가로 붙여 쓰지 말라는 회사의 이상한 원칙에 보통은 짧게 다녀올 수 있는 동남아시아나 제주도를 많이들 간다. 이왕주는 거, 화끈하게 줄 수는 없는지 의문이 들 때쯤, 회사 동료가 신혼여행으로 2주간 휴가를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회사의 결혼휴가는 공식적으로 5일이다. 알고 보니, 신혼여행은 연차를 붙여 써도 되는 것이 암묵적 합의였다. 반항의 전광판이 불이 켜졌다. 미혼은 짧게 여행의 감칠맛만 보고 오라는 것인가. 여행마저도 회사가 원하는 대로 가기 싫었다. 이번 여행은 무조건 장거리 나라로 간다.
10월 3일 개천절과 3일 휴가, 주말을 모두 합쳐 7일을 집요하게 긁어모았다. 여행지도 오랜 고민 끝에 뉴욕으로 정했다. 뉴욕인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나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도시보다 자연을 좋아하고, 최고의 경제가치를 가성비라 여긴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갑자기 뉴욕?”
한 번은 친구에게 여행지가 고민이라 했더니, 이미지 검색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뉴욕 여행을 검색하자 예상하듯 거대한 건물과 전 세계 인종이 집합된 타임스퀘어 사진이 가장 많이 보였다.
“네가 타임스퀘어 가운데에 있다고 상상하니깐 너무 이질감 드는데? 크로마키로 끼워 넣은 것 같아.”
그 말을 오랫동안 곱씹어봤다. 너무 나답게만 살아서 고착되어 버렸나. 조금이라도 벗어난 것들과 어울릴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일상이 참을 수 없이 지루하다고 느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나다운 것만 고집하며 산 것이다. 여행에서 필요했던 건, 휴식이 아닌 새로운 자극이었다. 고착된 나를 맘껏 흔들어 줄 여행. 그곳이 바로 가장 도시적이고 치사량의 물가를 자랑하는 뉴욕이었다.
jay-z의 <Empire state of mind> 노래의 가사를 마법 주술처럼 부를 때마다 뉴욕에 대한 환상이 거품처럼 늘어났다.
‘꿈이 이뤄지는 콘크리트 정글, 네가 못할 건 아무것도 없어.'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2024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지원 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