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 놀이를 소개하고 여러 국적의 하객들을 한 자리에 모은 특별함
최근에 스톡홀름에서 결혼식을 했다.
화창한 날씨와 하객들의 웃음소리가 하루 종일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수고해 준 가족, 친구들의 마음이 아름다웠다.
한국에서도 꽤 많은 하객들이 와주었고, 스웨덴에 계신 한국분들도 와주셔서 결혼식은 영어로 사회가 진행되었지만 한국 자막을 넣어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행사였다.
투호, 딱지치기, 제기차기 등 예식 후, 디너 전에 Mingle time 동안 한국의 전통 놀이를 소개한 건 좋은 아이디어였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남편의 친구들도 아직 20대이고 지인의 결혼식이 처음인지라 모두 적극적으로 즐기고 대화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위해 스톡홀름 중심에서 30분 거리의 절벽에 놓인 작은 성으로 향했다. 메이크업도 내가 직접 하고 가족들도 다 미리 와있었지만, 친구들을 위한 서프라이즈로 우리는 예식 시작 30분 전에 급히 방으로 몸을 숨겼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입장 순서까지 드레스와 양복을 입은 우리는 방에서 보이는 창문으로 정원에 모여 앉아 있는 하객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사회자는 남편의 대학 친구이자 나도 꾸준히 알고 지낸 스웨덴인 친구가 맡아주었고, 같이 리허설부터 준비해 왔던지라 그 친구의 긴장된 모습에 웃음이 났다. 남동생은 한국 하객들을 주로 맡아서 안내를 했고 모두의 환호를 받으며 입장한 순간에는 떨리기도 했지만 벅찬 마음에 더욱 실감이 났다. 부모님께 절을 하는 순서를 넣었는데, 역시나 눈물이 날 뻔한 순간이었다.
스웨덴은 결혼 신고를 위해 시청에 방문하거나 예식장으로 Vigsel förättare (wedding officient)라는 공무원 분들 중에 우리가 직접 연락을 해서 약속을 잡고 그분들이 와서 주례 겸 혼인신고 서류를 준비해 오신다. 현직 경찰관인 분인데 결혼 전에 커피도 한잔 하면서 우리의 만남 스토리도 들려드리고 주말에 적은 비용으로 멀리까지 와서 진행에 도움을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었다.
예식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스탠딩 테이블에서 대화를 나누고 햇살을 받으며 여름의 향기를 같이 느꼈다. 한국에서 준비해 온 기념품과, 스웨덴에 직접 오지 못한 하객들의 축하 영상, 그리고 우리들의 오랜 친구가 해주는 축사와 노래 등 여러 행사를 디너와 겸해서 진행했다.
하객들은 무려 9개국에서 한자리에 모여 영상과 노래가 가득한 한국적이면서도 스웨덴의 하루 종일 즐기는 여유로움을 더해 새롭고도 편안한 결혼식을 다들 축하해 주고 함께 즐겨주었다.
날씨도 분위기도 모두 내가 바라왔던 결혼식이었고, 스웨덴과 한국을 잘 조합해 둘 다의 공존함이 독특하기도 했다. 결혼식은 잘 마무리되었고, 이후 일주일간은 가족들이 다 같이 모인 만큼 스웨덴에서 관광을 하고, 식사도 하고, 산책을 하며 또다시 같은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더 풍부하고 따뜻한 분위기에 몽글해지는 마음이었다.
결혼이 주는 의미는 내 가족이 남편의 가족들과 따뜻한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하며 안부를 묻고, 스웨덴과 한국을 서로의 시선으로 배우며 반복되는 삶에서의 새로운 관점을 불어넣어 주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왔지만 이제 남편과 그의 가족들은 나의 신경회로에 큰 부분을 차지하며 강한 반응을 이끌어낸다.
인간의 삶에서 인공지능과 다른 이유는 우리는 적은 양의 데이터로도 꽤 다양한 것을 창조해 낼 수 있으며, 누군과와 더 중요한 관계를 정립하며 짧고 강한 인상을 뇌리에 남길 수 있다.
인간관계와 언어는 우리의 인생에서 지속되는 '배움'을 위한 과정에서 매개체적 도구라고 생각된다. 각자의 성장 배경, 신념, 관계에서 받은 상처 등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다른 생각을 하고 각자의 언어를 구사하지만 이는 결국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기억은 언어 이전의 감정이라고 했던 롤랑 바르트..
사랑을 언어로 전달하는 건 감정으로 느끼기 위함이지, 어떠한 증거이자 사회적 구속으로 연결돼야 함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최근에 결혼식 이후 통역 일이 여럿 들어오면서 다양한 기관에서 오신 분들과 대화해보며 우리 사회의 메마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는 특정 사람과 집단으로 귀결되기보다는 자본과 사회 구조의 불평등일 것이다. 우리는 민족적으로 인류애적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
9개국에서 모인 하객들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한 하루 중에 나는 한국을 생각하며 우리를 갈라치는 건 집단적 성향도, 신념도 아닌 언어와 숫자로 가득하지만 본질을 잃어버린 '감정'으로 회귀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