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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라멘트요요 Oct 26. 2024

퇴근을 하고 수영을 배우고 있습니다.

3. 킥판과 함께라면

[파란 물결 위로 하얗게 뿌연 발차기를 시작한다.

  고요하던 물격은 작고 큰 파동의 그림자들을 남기며 하얀 구름처럼 퍼져 나간다.]

 

수영장 사다리를 타고 한 발씩 물속으로 내딛는다.

수영은 발차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수영강사의 이야기는

세차게 차는 수많은 발과 물의 마찰음속에 메아리친다.

발등을 구부린 채, 허벅지의 상하 운동으로 물을 누르듯이 앞으로 나아간다.


왼쪽 무릎이 자꾸 구부러진다.

무릎은 곧게 펴야 한다.     


수영 강사는 숙제를 내준다. 엎드린 채 무릎을 곧게 펴고

허벅지를 교차하며 발로 물을 누르며 반복하는 자세를 연습해야 한다고 한다.


각자 회원들에게는 킥판이 주어졌고,

본격적으로 킥판에 의지한 채 호흡을 하고 발차기를 하며 나아간다.

‘음파’의 호흡을 할 때 고개만 물속과 물 밖을 드나들어야 한다.

생각처럼 잘 뜨지 않고, 숨을 찾는 것도 뜻대로 길지 않다.

숨이 쉽게 차오고 발차기도 여간 신경 쓰인다.

몸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 느낌은 확실히 오랜만이다.


새로운 경험과 시도조차 생각하지 못한 채, 인생을 바다나 혹은 계곡으로 비유하자면

유속의 빠르기도 모른 체 그렇게 외면했던 삶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것을 도전했다는 것, 시간은 유한하지만 그래도 쓸모 있게 사용하는 부분이 생겼다는 것에

안도했다.


수영을 배우기 전, 수영을 즐겨하는 대학 동기 친구에게 어떤 운동인지 흥미로운지 등등

이것저것 물어봤었다.

친구는 올림픽공원의 수영장 레인 길이가 50m이며 대부분의 수영장은 25m라는 얘기도 해주었다.

그리고 수영을 6개월 정도 배운다면 구 단위 대회도 의지만 있다면 출전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친구의 그 말은 나에게 작은 용기를 주었다.

' 6개월 꾸준히 한번 해보자.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대회도 나가 보자'라는 생각과 동시에 뜨거운 동기가 생겼다.


가장 기본인 발차기의 다리를 곧게 펴고 허벅지로 물을 차야 하는 과제는 꾸준한 연습으로 익숙해졌다.

그리고 수영 강사의 'OK' 간결한 손짓에 나의 발은 뜨거워졌다.

또 하나의 과제는 ‘몸에 힘을 빼야 하는 것’이다.

수면 위 킥판 위로 고개를 내밀며, 턱만 들어야 하는데 킥판을 딛고 몸을 잔뜩 일으킨다.

두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두 번의 레인을 돌고 나니 팔이 뜨거워졌다.      


물에 떠다니는 시간은 대체로 짧지만 한편으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만큼 길다.


나는 물고기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물고기는 물 없이 살 수 없으니, 살기 위해 빨리 물과 친해질 것이다.     

그리고 물을 '열렬히' 사랑하려고 한다.     

어려울수록, 싫어할수록 그 존재를 사랑한다면 나의 마음은 조금 더 편해질 것이다.      

아무튼 내가 요즘 사랑하는 것들 중 상위그룹에 '수영'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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