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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야 Apr 05. 2024

아이의 투병, 내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


 



"누가 화자이고 어떤 요소가 

담기느냐에 따라 

스토리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인류 최초의 스토리텔러는 

사냥꾼이었다.

 사냥꾼은 생존을 위해 죽인 동물들에 관해 이야기했고

  동물들이 죽어갈 때 그 신비로운 경험을 묘사했다. 

동물들은 초기 인류에게 생명을 주었고

  인류도 동물들에게 존중을 표했다.

  사냥꾼의 스토리에는

  인간 세계와 

동물의 왕국 사이의 관계가 반영되어 있었다." 



픽사 20년 경력 스토리텔러

 매튜 룬이 지은 책 

"픽사 스토리텔링"의 한 단락이다. 

매튜 륜은

 "무엇이 스토리를 독창적으로 만드는가."에서 

누가 화자이고

 어떤 요소가 담기느냐에 따라 

스토리의 독창성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태초 사냥꾼의 서사에서 시작된 스토리는

20세기 세계대전, 대공황, 

스페인 독감이나 천연두 같은 전염병 발발 등과 같은

역사적으로 큰 사건을 겪으며 확장됐다.

컴퓨터와 인터넷, 로봇 시스템, 우주선 등의 발명 또한

  더 많은 이야기의 영감을 불어넣었다."

 매튜 룬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가 창조하는 스토리는

  자기만의 고유한 경험에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뒷마당에서 칼을 들고 위협하는 불량배를 만난 이야기, 

불꽃놀이가 터질 때 첫 키스를 한 이야기 등 

우리에게 일어난 일상이 

모든 스토리의 금광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책을 읽다 보니 어린 시절 기억들이 떠올랐다.

  꼬꼬마 시절 아름드리 큰 나무가 있던 시골 할머니 댁.  

대가족이 시골 한옥집에 모일 때면 모두가 사랑방에 앉아 

기대하고 고대하던 시간이 있었다. 

추운 겨울 따뜻한 아랫목에 

  모두가 두꺼운 담요를 하나로 덮고

  삼삼오오 방을 채웠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누군가 입담 좋은 어른부터 시작해 아이까지 

각자가 아는 웃긴 이야기와 귀신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시작한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옛날 옛적에~"로 말문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이미 찌릿찌릿 전율이 흐르기 시작했다.

천일야화를 듣던 왕의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무서움에 떨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귀를 쫑긋 세우고 듣던 나는 기억해 

친구들에게 전하겠노라 다짐했다

그때부터 친구들 집에 놀러 가 불을 끄고

귀신 이야기나 재밌는 이야기를 하며 보내는 시간을 즐겼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로 아이들을 울고 웃길까.

홍콩 할매가 유행했고 

초등학교 운동장엔 이순신 동상과 유관순 누나가

12시마다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난무하던 시절이었다. 

생각해 보니 시절 학교들은

화장실이 밖에도 있어 화장실 괴담이 만연했으며

밤에 보면 섬찟한 동상들이

 왜 꼭 정문과 후문에 놓여 있었을까. 

가끔 화장실 공사현장에서 나오는 

이빨 조각의 스토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엄청난 판타지로 둔갑해 버렸다.  



스토리를 전달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고서도 

이야기를 만드는 건 여전히 재미있다. 

그러나 어린 시절 그토록 좋아했던 스토리텔링이

 점점 어렵게 느껴졌다. 

한 선배와 스토리텔링에 관해 이야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동과 재미. 

Something new & different &  special

시대상과 트렌드, 

마지막으로 아젠다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스토리텔링은 이렇게 쉬운 듯 어렵다. 


스토리텔링은 어렵지만 하나 분명한 게 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 

내가 겪거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적는 것이

 가장 강력하다는 것이다.

 다시 또 어려운 길을 돌아 본질을 깨닫게 된다.

 소재와 주제를 찾아 고민하는 게 아니라, 

 내가 겪은 나만의 경험을 쓰기로 했다.

이야기를 만드는 건 여전히 어렵지만 

 아이가 아프고 나서야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의 투병과 고통의 시간이 준 선물이었다. 

"좋은 소설은 마음 깊숙한 곳을 휘저어야 한다.

    그리고 소설이 주는 만족감은

    진정성과 형식적 일관성에서 기인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중대한 무언가가 거기 달려 있다고 느껴야만 한다."

작가 데이나 스피오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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