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아병동 터줏대감입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회장,
제프리 이멜트 전 GE회장,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워런 버핏 세계 최고 투자가….
이 어마어마한 이름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들은 돈을 버는 데 세계적이고, 돈이 많기로 세계적이며,
분 단위로 시간을 쓸 만큼 바쁘기로도 세계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글을 직접 씁니다."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에서 저자는
세계 굴지의 회장들도 자신이 대중에게 전달해야 할 이야기를
그들의 비서가 아닌 본인들이 직접 초고를 쓴다고 말한다.
굳이 그들이 직접 글을 쓰지 않아도 되는데
시간을 쪼개 자신들이 직접 초고를 쓰는 이유.
저자는 그 이유를 무엇을 쓸지,
무엇을 말할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자신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지극히 당연한 진리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만큼 나의 목소리로 내뱉는 나의 글쓰기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이야기를 쓰며 알았다. 내가 겪은 나의 이야기의 힘.
그렇게 안 써지던 글이 마법처럼 써지기 시작했다.
스토리를 만들 때 늘 고민하던 것이
'무엇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인가'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시 여겼던 것이
고전을 읽고 스토리텔링 작법서를 읽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글을 쓰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된 것은 아니다.
스토리의 비법을 찾기 위해 온갖 관련 서적들을 읽은 시간만큼이나
일상을 좀 더 면밀히 살피고 고민했더라면
조금 더 효율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뒤늦게 해 본다.
잭 하트의 <퓰리처 수업>은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며
스토리의 기본 재료는 주위에 널려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소재 찾는 법을 배워
스토리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현실의 한 부분에서
스토리의 모든 구성 요소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내러티브를 잡아내는 일은
흑과 백, 모 아니면 도로 명쾌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 스토리 요소가 풍부한 사건과 맞닥뜨리면
(길든 짧든) 캐릭터가 하나의 완결된 내러티브 포물선을 따라가는
본격적인 스토리를 뽑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야기의 흥미로운 전개에 도움이 될 만한 에피소드가 약하다면
해설기사로 작성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럴 거리도 안 된다면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상이 담긴 에세이
혹은 소품문으로 써볼 수 있다.
그도 아니면 일화를 하나 잡아
좀 더 고전적인 보도기사나 특집기사로 만들 수도 있다."
" 스토리텔링의 기초 요소들은
모두 우리 뇌가 설계된 구조 깊숙한 곳에서 나온다.
조너선 갓셜은 최근의 뇌 연구 자료를 모두 조사한 뒤
“사람들이 얘기하는 갖가지 스토리들은 정말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시공을 초월하여 공통된 구조가 있다”라고 결론지었다.
그가 얘기하는 공통된 구조란 거의 모든 소설과
상당히 많은 내러티브 논픽션이 갖고 있는 주인공—시련—해결 구조를 말한다. "
<퓰리처 글쓰기 수업>, 잭 하트
아이가 입원하면서 겪는 일상들이
글의 소재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아이가 입원할 거란 상상 또한 해봤던 적도 없다.
이렇듯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파도처럼 인생에 밀려왔을 때
어떠한 여유도 없이 온몸으로 폭풍을 견뎌내는 방법 밖에 없었다.
아이가 아프고 얼마 후면 퇴원했을 법한 병동생활이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더 긴 시간이 되어가면서
소아병동의 아침과 낮, 밤이
하나하나 유리처럼 박히고 또다시 날아왔다.
아이가 아픈 일상이 시공을 초월한 구조.
주인공. 시련, 해결의 소설처럼 펼쳐졌다.
소아병동의 하루는 어느 날은 느리게
또 어떤 날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매일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의 아이와
또 다른 아이들이 흘러갔다
. 소아병동의 이른 아침은 나이가 어려 첫 수술을 하는 아이들로 시작한다.
첫 수술을 하게 되는 아이들은
자신의 신상정보가 들어있는 투명 핑크 가방을 하나씩 들고
눈물을 감춘 부모와 함께 수술실로 이동한다.
걷지 못하는 아이들은 안겨,
걷는 아이들은 이후의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씩씩한 발걸음으로
수술 준비실로 향한다.
소아병동에서 수술실까지 엘리베이터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지며
엘리베이터에 탄 보호자들은
혹여라도 서로의 눈이 마주치면 눈물이 터질까 모두의 눈을 피한다.
저승사자 같은 수술실 안내자가 보호자에게
수술모를 쓰고 슬리퍼를 신으라고 이야기하며
비닐봉지 하나씩을 챙겨준다.
아이가 수술실로 들어가는 이후에
아이의 신발을 담아 두라며 주는 비닐봉지이다.
수차례 수술을 하며 아이를 수술실로 보낼 때마다
비닐에 아이의 크록스를 담았다.
작은 크록스가 담긴 봉지가 가슴을 저리게 한다.
아이가 입원한 병실의 밤은 고요하다.
생각보다 일찍 불이 꺼지는 병실.
새벽이 돼도 쉽사리 꺼지지 않는 의료진들의 연구실.
멀리의 이야기가 아닌 가장 가까이의 이야기.
매일매일 불안함에 호흡을 확인해야 하는
아이의 숨결 소리와 함께
어두운 병실에 작은 불빛을 비춘 후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써 내려간 소설.
아이와 함께 하는 소아병동에서의 일상들이
언젠가는 아니 눈을 뜨면 끝났기를 바라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소아병동의 긴긴 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스토리는 생각보다 가까운 데 있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이야기가 문명을 건설하는 데 필수 요소라고 주장한다.
‘사피엔스라는 종의 정말로 고유한 특질은
허구의 이야기를 창조하고 믿는 능력이다.
우리는 의사소통 체계를 사용해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낸다.’
그가 말한 ‘새로운 현실’이란,
종교, 국가, 법, 기업 등과 같은 것들은
우리 감각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으며,
또한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이야기이다."
-퓰리처 글쓰기 수업 잭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