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 하마 Jan 16. 2024

병원 오리엔테이션

제군들 고생할 준비되었습니까

입사가 확정되고 그다음 달부터 약 한 달여간 여러 직종의 다른 입사자들과 함께 오리엔테이션을 받았습니다. 첫날엔 각자 자기소개를 간단히 했는데 80%가 외국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중 다수가 필리핀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살갑게 대해 준 덕분에 저는 그들과 꽤 친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같은 인력 사무소 출신이었다는 것도 한몫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막 이민을 온 저에게 이런저런 중요한 삶의 팁을 많이들 주셨기에 저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죠.


오리엔테이션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월-금 4주 정도 진행되었으며, 간호 실무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물론 중간에 점심시간이 1시간 정도 있고 그때는 자유시간입니다.) EMR인 Quadramed는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며, 주요 약물을 보관하는 기계인 Pixis는 어떻게 열 수 있고, defibrillator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등등 대학병원에서 일해본 간호사라면 한 번쯤은 받아봤을 그런 교육이었습니다. 현실적인 주제가 많아서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뒤 실무에 투입되었을 때에도 꽤 도움이 됐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특히 교육하시는 분들이 입사자가 질문에 대답을 못한 경우 절대 면박을 주지 않고 같이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 주셨던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덕분에 기죽을 일 없이 "야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응원하며 오리엔테이션을 마쳤습니다.


제가 일했던 병원은 규모가 큰 편이어서 그랬는지 도서관도 있어서 필요시에는 중간중간에 가서 검색도 하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병동에 투입된 이후에는 바빠서 갈 시간이 없었지만 교육과 시설이 받쳐줘서 오리엔테이션 기간 동안 다양한 실무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리엔테이션 때에도 간호사 근무복을 입고 다녀야 하긴 하지만 직접 환자를 케어하지는 않기 때문에 대단한 사건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병원 오리엔테이션을 앞둔 선생님들께서도 마음을 편히 가지셔도 될 것 같아요. 반면 이게 꼭 좋기만한 것 같진 않은게, 오리엔테이션 때 병동 근무 수준의 강도 높은 경험을 안 해봐서 나중에 병동에서 일을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며 그만두거나 근무 병동을 바꿔달라고 하는 간호사들도 있더라고요. (물론 저희 병동이 중증도와 업무 강도가 높긴 했습니다만...) 물론 미래에 다가올 불행을 미리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 유유자적함을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참, 오리엔테이션 기간에도 급여는 나옵니다. 계약에 따라 다르겠지만 에이전시를 통해 취업하신 분들은 에이전시와 협의한 시급대로 받으실 겁니다. 점심시간은 시급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고, 오리엔테이션 기간 동안 1일 수업이 7-8시간 정도로 실제 근무 시간보다는 짧은 편이기에 총급여는 생각보다 적을 수도 있음을 고려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드디어 준비 단계까지의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본격적으로 간호사 근무를 하며 겪었던 다양한 경험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개봉박두!


(커버 이미지: Photo by Martin Splitt on Unsplash)

이전 03화 미국 간호사 면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