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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나, 그리고 아들 1

살아갈수록 시나브로 닮아간다는 것을 느낍니다(D-216)

"당신은 아버님과 성격이나 행동이 비슷한 것 같아(by my wife)"

"넌 점점 너희 아버님 닮아가는 것 같다(by my friends)"

"저 녀석 하는 짓이 꼭 지 아빠하고 똑같네(by my relatives)"


자식이 부모를 닮았다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자랑스럽습니다.

좋건 싫건 간에 보고 배우면서 자랐으니까 자식이 부모를 닮는 것은 맞다고 봅니다.


참 고생하시면서 살아오셨던 아버지

얼만 전인 것 같은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도 벌써 5년 반 정도가 되었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코로나로 인해 사람 간의 왕래가 차단되고, 사회 활동이 멈추기 바로 전인 2019년 11월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조문객들도 많이 찾아오셨기 때문에, 어찌 보면 고맙게도 정신없이 발인까지 진행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황해도 개성분이라 '오두산통일전망대'를 자주 가시곤 했지요. 거기서 보면 저 멀리 고향인 개성이 보인다고요. 6.25 전쟁 중 1.4 후퇴 때 혈혈단신으로 월남을 하신 후 먹고 사느라 정신이 없으셨기 때문에, 한참이 지난 후에야 겨우 친척분들을 찾으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보통 6촌 이상 되시는 분들이고, 흔히 말하는 사촌(부모의 형제자매의 자녀)은 한 분도 찾을 수가 없었지요. 그러다 보니 제사도 생사를 모르는 친할아버지 대신,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만 지냈을 정도로 많이 외로워하셨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지금도 참 발전이 안 되는 동네이기는 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는 서울의 빈촌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낸 것을 보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다들 형편이 어려운 상황인지라 자식을 대학에 보내기가 어려운 시기였지만, 그래도 저와 제 동생을 대학에 보내셨으니 그 고생은 보통이 아니셨지요. 당시만 해도 지금과 같은 알바가 없어서, 방학 중에는 보통 '노가다'라고 불리는 막노동 일을 해서 학비와 용돈을 조금이라도 벌곤 했습니다.


제가 아버지를 가장 존경하는 것은 무려 75세까지 직장 생활을 하셨다는 것입니다. 80년대 당시만 해도 한번 직장은 평생직장이었고, 직장에서의 정년퇴직은 55세 또는 60세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정년퇴직을 하신 후에도 저희를 위해 무려 15년을 더 일을 하신 것이지요. 새벽 5시에 일어나신 후 6시에 출근하시고, 9시가 다 될 무렵에 집에 오셨으니 하루의 2/3는 직장에 계셨던 것입니다.


그리고도 자식들과 같이 사는 것이 불편하시다면서, 병원에 입원 후 돌아가시기 8개월 전까지 혼자서 밥도 해 드시면서 지내셨습니다. 제가 아버지와 같은 나이인 90이 되었을 때, 자식의 도움 없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버지와 어떤 면이 닮았나 생각해 봅니다.
성격이 급해서 뭐든 바로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듣기보다는 좀 말이 많은 편입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은 싫어하고, 항상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초저녁 잠이 많지만, 반대로 아침에 일찍 일어납니다.
밥을 혼자 해 먹거나 차려 먹더라도, 삼시 세 끼는 꼭 챙겨 먹습니다.
훗날 건강이 나빠져 자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늘 열심히 운동을 합니다.
근육이 잘 안 붙는 스타일입니다.
집에 들어오면 바로 씻고 깨끗하게 실내복으로 바꿔 입습니다.
집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가능하면 만들어서 사용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공구와 장비를 잘 다루며 이를 즐겨합니다. 손재주가 많습니다.
한번 결정한 일이나 목표가 생기면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저도 이제 60세가 되면서 돌아보니 아버지의 성격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곤 있지만, 몸관리를 위해 살이 빠진 후에는 생김새마저 아버지를 빼다 박은 듯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들은 저와 성격과 생김새가 다릅니다.

성격도 느긋하고 말도 느릿합니다.
말하고 생각하고, 실행하는데 까지 버퍼링이 생깁니다.
방이 엉망진창인데도 잘 정리를 안 합니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아침에 일어나기를 어려워합니다.
쉬는 날은 가끔 죽었나 살았나 찔러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뼈도 굵고 근육도 잘 붙는데, 살까지 잘 쪄서 근육돼지입니다. 간혹은 그냥 돼지가 됩니다.
씻으러 들어가면 최소 20분 이상 걸립니다.
하루 두 끼만 먹거나 어떨 때는 거하게 한 끼만 먹어도,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IT 전문가라 컴퓨터는 잘 다루지만, 일반적인 기계공구는 잘 못 다룹니다. 그냥 곰손입니다.

그런데도 아내나 딸애는 아들이 저와 닮았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는 말이었는데 아들이 나이가 드니까 저나 할아버지를 닮은 모습이 보이기는 합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Childeren are the mirror of their parents)'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속에는 부모의 유전자를 받고 태어난 아이여서, 생김새가 비슷하거나 닮았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 부모와 살면서 배운 생활 습관, 행동이나 말투를 보고 따라 하기 때문에 외모뿐 아니라 하는 짓도 부모와 비슷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잠시 아들이 저나 할아버지와 다른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정리하다 보니 의외로 많지가 않더군요. 이것들을 제외하면 아마 많은 부분이 닮았거나 비슷하다는 것이겠지요. 가끔 이야기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을 보면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것을 느끼는데, 어떨 때는 닮지 않았으면 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저와 할아버지의 성격이 아들에게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달리기 좌우.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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